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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67

저절로 크는 벼 물만 주면 저절로 되는 농사라며 하늘에 빌기도 하고 물 많이 펐었지 퇴비만 주면 그냥 잘 자란다며 지게 바소쿠리가 찰 때까지 애만썼지. 풀만 뽑으면 뭐 걱정이냐며 초벌, 두벌, 만물에 허리 필줄 몰랐지. 그렇게 어둡기만 하던 밤은 지났고 새벽은 오고 이제 허리좀 핀다. 2013. 7. 30.
나의 손자 재훈이 백일 축시 고부지나 광산에 싹티운 금솔하나 목마름도 비바람도 있었지만, 이제 100일, 땅 맛을 보고 있다. ... 티끌하나 없는 비개인 초여름날 소쩍새, 뻐꾹이, 매미, 풀벌레 소리 가득하고 초목은 생기가 넘친다. 고사리손같은 금솔하나 지성이라면 감천으로, 아름드리 금강송되어 온누리 솔향 가득.. 2013. 7. 30.
그들만의 천국 그들만의 천국 김용헌 장맛비 그치고는 나니 시커먼 녹조도 사라지고 팔뚝만한 붕어들 이리저리 노닌다. 거칠게 없이 다녀도 낚시꾼도 그물 치는 사람도 없다. 사냥 나온 두루미도 구경할 뿐이다. 이 놈들 어찌 먹성이 좋은지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워버린다. 난폭한 사냥꾼 그들만의 세상.. 2013. 7. 30.
애호박 애호박/김용헌 연 초록 피부 곱기만 하다. 비바람 그칠 날 없었고 병해충도 호시탐탐 노렸지만 아직은 온전하다. 누군가 해칠라 호박 잎사귀 속에 꼭꼭 숨었는데 이리 저리 뒤지는 막대기가 두렵다. 아직 멀었는데 씨도 남기지 못하고 잡혀가다니! 잘 나갈 때 팔리는 거지 병들면 누가 찾.. 2013. 7. 30.
목화진딧물 목화진딧물/김용헌 마디가 있는 여러 생물 중에서 궁둥이에 뿔이 나 있고, 똥구멍에는 혀가 붙어 있는 희한한 놈 나약하면서도 가장 번성해 있다. 뿔관과 혀의 모양은 이름표가 된다. 검고 끝으로 갈수록 가는 뿔관 뿔관보다 짧고 옅은 색을 띠는 끝판(혀)이 있는 너 목화, 오이, 참외, 호.. 2013. 7. 30.
암영화(岩影晝) 암영화(岩影晝) 추운 겨울 햇살 빛추는 날 수덕사 거처 만공탑 지나 숭덕산(崇德山) 정상으로 가다 보면 길 옆에 선 작은 바위 하나 만난다. 한폭의 동양화 있음을 앞만 보고 가는 사람은 그냥 지나치지만 옆에도 보고 가는 사람은 보인다. 바로 사라지기도 하지만 햇빛이 나무를 만나 바.. 2013. 7. 30.
식을 거라고 추석이 왜 이렇게 머냐고 하시던 고향의 친척 어르신 고통의 그 어려운 순간 다 보내시고 저 세상으로 가시었습니다. 다시 찾은 고향에는 어머니가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초저녁에 지핀 불 구들이 얇아 바로 식을 거라며 늦은 밤 다시 불을 피웠어요 그러나 부모님 편하시라 해드린 기름 보일러 언제 .. 2010. 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