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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목화진딧물

by 仲林堂 김용헌 2013. 7. 30.

목화진딧물/김용헌

 

마디가 있는 여러 생물 중에서

궁둥이에 뿔이 나 있고,

똥구멍에는 혀가 붙어 있는 희한한 놈

나약하면서도 가장 번성해 있다. 

 

뿔관과 혀의 모양은 이름표가 된다.

검고 끝으로 갈수록 가는 뿔관

뿔관보다 짧고 옅은 색을 띠는 끝판(혀)이 있는 너

목화, 오이, 참외, 호박, 박 등 박과식물에서 산다.

 

일 주일만에 어른이 되고,

어른이 되면 하루에 8-10마리 자손을 낳으니 번식력 놀랍다.

오이 잎새 위에 한두 마리가 보이나 했더니, 며칠 만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

쉼 없이 빨아대고, 끊이 없이 쌓는 똥은 그을음을 만든다.

 

 

시설하우스에서 진딧물이 오이와 한판 붙었다.

오이는 비록 움직일 수는 없다지만 그냥 안방을 내 줄 수 없다며 날카로운 송곳으로 왼 통 무장을 하고 있다.

연약한 목화진딧물은 칼 날 속을 이리저리 비집고 다닌다.

 

빗방울에 갈빗대가 부러지고, 다리가 부러진다. 

피부도 연약해 조금만 붙이처도 배가 터진다.

힘하나 없어 무당벌레가 덤비면 반항한번 못하는 놈이지만

내가 죽거든 아들이, 아들이 죽거든 손자가 있다며 태연한듯하다.

 

나약하고, 궁둥이에 뿔난 놈이라지만

살기 각박하면 날개가 돋아나 살기 좋은 곳으로 이사한다.

농약을 맞아도 처음에는 다 죽듯하지만, 살아나는 놈이 있다.

가끔은 무당벌레, 풀잠자리 통채로 씹히기도하고, 진디벌에 왼 몸을 다 내주기도 한다.

 

곤충이 무슨 시의 소재가 될 가 생각도 못했는데, 선생님께서 좋은 소재가 된다고 해서 용기를 내여 처음으로 곤충 시를 써 보았습니다. 본래 목화진딧물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잡아 보았습니다.  작고 힘 없는 생물이라도 어려움을 극복하고 번성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주지 않을 가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제 쓰고 오늘 다듬어 보았오. 아직 선생님으로부터 지적을 받고 보완을 해야 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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