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만제(서호공원)

노인일자리사업 수기에 '축만제 해설의 길'로 응모

by 仲林堂 김용헌 2021. 5. 3.

아래 글은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주관 2021년 노인일자리사업 수기 공모전에 응모한 나의 수기이다. 4월부터 8월까지 매달 예선이 있고, 결선은 9월에 있다. 나는 5월 예선에 응모했다.

 

축만제(서호공원) 해설의 길

 

()대한노인회수원시팔달구지회(지회장 이병학) 주관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참여자로 선정되어 지난 39일 오후 재능나눔 사전 교육을 받았다. 참여자 임무는 서호공원(축만제) 안내 해설이다. 그때 나는 십여 년 전 경북 안동에 있는 도산서원을 방문했을 때 인상 깊게 들었던 해설사가 떠 올랐다. 나도 그런 명품 해설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던 차에 이번에 해설사로 선정되어 내 꿈을 펼칠 기회를 잡았다.

 

명품 해설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설 교본(시나리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서호공원(축만제)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검색하여 찾은 자료를 정리하여 나의 블로그 중림곤충관(https://blog.daum.net/kimyongheon)14회에 걸쳐 올려놓았다.

 

그 자료는 축만제(祝萬堤) 축조(築造), 화성지(華城誌)에 있는 축만제 기록, 축만제 아래에 농업학교 설치, 축만제 아래에 권업모범장 설치, 일제강점기 관광 지도에서 축만제, 항미정(杭眉亭), 민물가마우지의 서식처가 된 축만제, 축만제(서호)의 철새, 신종 '서호납줄갱이', 새마을운동의 요람 '농민회관과 새마을지도자연수원 터', 백로 서식처 여기산, 수원여기산선사유적지, 농촌진흥청 유적, 서울대학교 수원캠퍼스 유적 등이다. 이번 자료 조사를 통하여 서호공원이 일반 공원을 넘어 우리나라 농업의 요람임을 밝혔고, 많은 이야기 소재가 드러났다.

 

인터넷에 올린 해설자료는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 그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해설자료를 직접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블로그에 올린 자료에서 핵심을 뽑아 파워포인트에서 포스터를 만들었다. 이 포스터는 축만제(祝萬堤) 축조(築造), 축만제의 옛 모습, 농촌진흥청의 전신 권업모법장 수원에 농업학교 설립, 농촌진흥청의 옛터, 항미정(杭眉亭), 농민회관과 새마을지도자연수원, 전 세계에서 처음 발견된 신종 서호납줄갱이, 수원여기산선사유적지, 축만제(서호) 철새, 백로 서식처 여기산, 축만제의 봄, 축만제의 여름, 축만제의 가을, 축만제의 겨울, 축만제의 일출과 여명, 축만제의 일몰과 낙조, 축만제의 야경, 축만제와 그 주변 안내지도 등이다. 번부터 번까지는 평소 내가 촬영했던 사진 중에서 선발했다.

 

포스터를 자비로 인쇄했고, 459시에 축만제 탐조대 가림막에 부착했다. 탐조대는 서호공원 새싹교에서 남쪽으로 약 70지점에 있다. 이곳은 서호공원의 둘레길 입구에 위치하여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은 이곳을 모두 통과한다. 축만제 탐조대에 부착 전 게시 포스터를 수원시청 공원 담당자를 만나 보고했고, 자료를 메일로 보냈다.

 

이렇게 하여 하나의 무대 준비는 마쳤다. 그다음은 찾는 관객이 있고, 그리고 이곳에 출연하는 배우가 등장하면 된다. 나는 하나의 해설 배우가 된 것이다. 배우로서 첫 출연은 45일 오전 9시 반이었다. 그날 노인회 소속 해설자 4명이 같이 모였다. 포스터를 본 사람들은 다 같이 이구동성으로 잘 만들었다고 했다. 준비한 휴대용 마이크를 사용하며 첫 해설을 했다. 조끼를 입은 해설사 4명과 함께 일반 시민 5명이 나의 해설을 들었다. 첫 해설을 마치자 해설 요원들은 돌아가고 나 혼자 남아 추가 해설을 두 번 했다.

 

첫 공연은 동료 해설사들이 찾아와 체면을 유지할 정도로 했으나 오가는 사람들에게 "해설해드릴까요?" 해설자가 능동적으로 해설 받으라고 요청하나 해설을 신청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것도 하나의 공부라서 싫은 것일 가? 관심이 없었다. 한참을 기다려서 한 사람이 해설을 요청했다. 그 한 사람을 놓고 15분쯤 해설을 했다. 해설을 원치 않는 이유는 아마 첫째 운동이 해설 듣기보다 우선이라고 하고, 둘째 "그런 것 뭐 알아서 뭐 해 그냥 살면 된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셋째 해설 요청이 낯설어서, 그 외에 호기심이 없어서 일 것이다. 또 하나는 대부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자주 오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곳 주민들이라서 관심이 없지 않나 생각된다.

 

그날 오후 일기예보를 보니 밤에 비 예보가 있었다. 다시 포스터를 철수하려면 포스터가 훼손이 생길 것 같아 비닐을 씌우기로 했다. 서둘러 폭 2m 농업용 비닐을 15m 구해왔다. 포스터 위에 비닐을 부착했다.

 

412(월요일) 오전에는 거의 해설 요청한 사람이 단 1명뿐이었다. 더는 해설을 할 수 없어 1시간 기다리다가 철수했다. 이곳 축만제 둘레길에는 관광객은 거의 없고 주로 인근 주민으로 걷기 운동 차 나오고 있다. 그들도 월요일 아침 시간에는 활동이 없으니 해설(공연)이 이뤄질 수 없었다. 월요일 오전은 ()대한노인회 수원시 팔달구지회에서 내게 책임을 준 시간이고, 노인회에서 토요일과 일요일은 해설 배정은 없었지만 이에 관계하지 않고 다음부터는 나 스스로 관객이 많이 찾는 주말에 해설하기로 했다.

 

417일 토요일 오후에 찾았다. 예상했던 대로 평일과 달리 축만제에 관심이 있는 여러 사람이 해설 포스터가 있는 곳으로 찾아왔다. 그날 5차례 해설을 했다.

 

425일 일요일 2시 해설 장소에 나갔다. 관객을 기다렸지만 다들 지나칠 뿐이다. 거의 30분을 기다렸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해설합니다"라는 말을 꺼내는 것도 아직 초보 배우로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약장수가 약이 팔리지 않으니 그냥 보따리를 쌀 가? 생각하고 있던 차에 한 사람이 해설을 요청한다. 그 사람과 함께 가던 사람도 발길을 멈추고 내 해설을 듣는다. 또 지나는 사람들도 아무런 부담 없이 엿듣다가 마음먹고 해설을 듣고 질문도 한다. 관객이 연이어 찾았다. 관객이 관심을 주니 나도 신이 났다. 이렇게 1시간 연속 해설을 했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오늘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해설이란 길이 한고비를 넘어 능선을 넘어가고 있다. 낯설어 길을 찾지 못할 줄 알았는데 희망의 끈이 잡히는 듯했다.

 

430일 비 맞은 포스터를 다시 인쇄하고, 비닐 코팅하여 방수되도록 해서 다시 탐조대에 부착하니 반영구적인 포스터가 되었다. 비록 내 지갑을 열었지만, 마음은 흐뭇했다.

 

52(일요일) 일요일 오후 3시 해설 차 포스터 앞으로 갔다. 오늘도 처음에는 사람이 없었으나 해설을 시작하자 사람들이 몰렸다. 나의 재능기부에 참 좋은 일 하십니다.” “수고했습니다.” “고맙습니다감사 인사가 이어졌다. 나의 작은 꿈은 오늘도 한 발 앞으로 가고 있었다.

 

()대한노인회수원시팔달구지회

김 용 헌 씀

 

 

아래 사진은 축만제(서호공원) 포스터다. 이 포스터는 서호공원 둘레길에 있는 간이탐조대에 게시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