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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풀이 소중했던 그 시절(2010. 8. 6.)

by 仲林堂 김용헌 2021. 10. 19.

요즘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렇지만 에어컨이라는 문명의 이기가 있으니 더위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으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좋은 세상 만나 편히 잘 살아가고 있다. 요즘 애들은 여름 방학 때 과외공부로 바쁘지만 내가 어린 시절인 60년대는 한 여름에는 어떻게 지냈나? 기억을 되돌려 본다.

 

나의 고향은 논산평야로 비교적 넓은 들이 있어 산촌보다 그래도 살기 좋은 곳이었다. 그리고 나의 집안도 농사가 많아 다른 집 애들보다 여유 있는 집안이었다. 배는 골치 않았지만 그렇다고 편하게 살았던 기억은 없다. 아침 먹으면 소를 끌고 제방으로 가 풀이 많은 지점을 찾아 쇠말뚝을 꽂고 소가 논에 닫지 않을 정도 길이로 밧줄을 맸다. 점심 먹고 나서 다시 제방으로 가서 소를 다른 풀 많은 곳으로 옮겨 줬다. 오후 4시쯤 되면 다시 제방으로 가서 소를 풀이 많은 곳으로 끌고 다니면서 소가 풀을 뜯게 했다. 저녁 해가 질 무렵에는 소의 배가 불룩하게 나오게 되면 집으로 돌아 왔다. “우리 소가 다른 집소보다 소보다 더 배불렀을 때” 뿌듯한 마음 가득했던 기억이 난다. 소 풀 뜯기기도 경쟁이었다.

 

소 풀 뜯기기는 어린이 못이었고, 어른들은 지게나 망태기로 소가 저녁에 먹을 풀을 베어왔다. 풀이 너무 소중하던 시기였던 것 같다. 풀은 소에게 먹여 크게 하고, 퇴비로 만들면 농사를 잘 질 수 있었다. 그 때는 퇴비증산 구호가 참 많았다. 누구네 집 퇴비가 많으냐? 경쟁하였다. 비료가 없던 시절이라 퇴비를 많이 만들어 넣어야 다음 해 풍년을 기약할 수 있었다. 퇴비를 얼마나 많이 했던지 논두렁에 풀이 자랄 겨를이 없었다. 그 당시 풀 잘 베는 사람은 낫은 반쯤 닿아 없고, 조금이라도 더 풀을 많이 베려 풀뿌리까지 베어냈다. 정말로 풀이 소중하고 귀했던 시절이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그 시절 “들판에 풀 찾기가 어려웠다”니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지금은 풀이 없어도 비료가 풀(퇴비)을 대신하고, 사료만 있으면 소를 키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지금 사람들은 우리가 어렸을 적과 같이 일은 안하면서도 편히 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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