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추수의 계절이다. 작은 씨앗이 자라 큰 과실로 되기도 하고 한 알에서 수십 수백개의 알곡이 열리기도 한다. 참 신기하기도 하고, 많이 거둬 기뿜주니 고맙기도 하다. 작물의 결실은 사람의 손길이 우선 크다고 하지만 하늘이 내려주는 햇빛과 물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니 천혜를 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은 내 차가 없어 버스를 탔고, 버스에서 내려 농장까지 농촌들판을 15분쯤 걸어가며 익어가는 곡식을 보았다. 황금 들녁이다. 누렇게 익은 벼가 들판을 황금색으로 바꿔 놓았다. 이삭에 낱알이 통통하게 달려있다. 머리 숙인 벼 이삭을 보니 속이 차면 사람도 자연도 머리를 숙인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벼 낱알에는 쌀이 들어있다. 아! 배고픈 시절 귀하기만 했던 쌀밥이었다. 보리밥으로 배를 채우기만 해도 좋았던 그런 시절이 우리들에게 수 천년이었다. 겨우 내 당대에 와서 쌀 밥이 지천으로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 지금 시대 사는 사람은 행운아가 아닌 사람이 없다.
논둑에 콩이 있다. 콩은 영양가도 없는 맨 땅에 심었지만 줄기도 잎도 무성하다. 이 작물은 신통하게도 뿌리혹박테리아가 있어 하늘에 있는 질소를 고정하여 스스로 비료로 만드니 참으로 인간에게 고마운 작물이다. 콩 꼬투리에 열매가 달렸다. 어떤 꼬투리는 빈 것도 있고 실하게 꽉 차 있는 것도 있다.
논뚝에는 팥도 보인다. 팥도 콩과 같이 고마운 작물이다. 오늘 내 차가 없어 다소 불편함은 있었지만 황금 들녁을 걸었고, 소중한 먹거리인 벼, 콩, 팥을 보면서 감사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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