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유도회 윤리선언문(이하 선언문)’은 오래 전부터 성균관이나 지역 향교에서 행사가 있을 때마다 낭독하고 있다. 지난 12월27일 성균관유도회 경기도본부 임원 및 지부 회장 연석회의에서도 어김없이 낭독했다.
또 새로 발간한 성균관유도회 경기도본부 임원수첩에도 윤리선언문이 수록되어 있었다. 이 선언문은 하나의 금과옥조와 같이 수 십 년간 유림사회의 도덕성을 대내외에 천명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 그 내용을 잘 살펴보면 민주적이고 다양한 현대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 있고, 시대에 뒤떨어지고, 표현이 과장되거나 모호한 점이 여러 곳에 있다. 선언문에서 이 점을 살펴 본다.
성균관유도회 윤리선언문은 "우리 민족은 인의예지를 근간으로 오천 년의 유구한 문화를 창조 계승한 우수한 민족임을 자긍한다"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이란 표현은 타민족과 비교하면 우월감을 암시할 가능성이 있어 세계화 시대에 배타적이고 협소한 시각으로 해설될 여지가 있다.
'오천 년의 유구한 문화'란 표현은 다른 문화에 비교하여 과장된 인식으로 보일 위험이 있다. 세계화의 시대에 '전통과 문화를 소중히 여기며, 세계와 함께 조화를 이루는 문화적 가치를 계승해야 한다'라고 해야 할 것이다.
선언문은 "세계는 바야흐로 광속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갈 길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라고 한 표현은 현대사회에서 이뤄진 긍정적인 발전과 노력을 간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선언문은 "우리는 인의예지를 숭상하는 동방예의지국이다"라고 했다. 이 표현은 전통적인 미덕과 가치관을 강조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지만 ‘동방예의지국’이라는 표현은 과거의 이상적 이미지에 기초하고 있어, 현대사회의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을 줄 수 있다.
선언문은 "인은 인민(人民)으로부터 애물(愛物)에 이르는 지선임에 틀림없다"라고 했다. ‘인민’은 정치적 이념적으로 연결될 여지가 있고, ‘애물’이란 표현은 현대적 어법과 거리가 있는 어려운 표현이다.
선언문은 "수기치인의 학문을 통해 대동의 이념을 이 땅에 실현하고자 한다"라고 했다. 대동은 현대사회에서 실행 가능성이 모호한 추상적 개념이다. '이 땅에'는 글로벌 시대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기에는 제한적일 수 있다.
선언문은 "작금의 우리는 무너진 윤리관을 정립하고, 새로운 이념을 창조해야 할 사명을 띠고 있다"라고 했다. '새로운 이념'이란 표현은 어떤 방향성을 제시하는지 알 수 없고, '사명'도 권위적이고 강압적이다.
선언문 실천 강령 3번째에서 "우리는 유교윤리에 위배되는 풍조를 배격하며 새로운 윤리이념 창조에 앞장선다"라고 했다. 이는 유교 윤리가 모든 윤리의 판단기준이 된다는 전제로 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 종교 철학에서 맞지 않는 표현이다. '배격'이란 표현은 강한 부정과 거부를 암시하고 있다.
이 선언문은 유교를 국가 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시대에는 적합하다고 할 수 있지만 세계화 시대에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민주사회에서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본다.
이 선언문은 대체로 고루하고 편협된 표현이 적지 않다. 우리 유교가 넓은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편협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현 시대에 맞고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내용으로 수정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니면 더 이상 사용하지 말 것을 건의한다.
본인은 윤리선언문 낭독 대신 유림 사회에서 널리 읽히고 있는 최근덕 전임 성균관장이 경서에서 뽑은 "선비 수칙'을 낭독할 것을 제안한다. 아래 선비 수칙은 반복할 수록 깊은 맛이 나고 불변의 명언으로 도덕성 함양에 크게 기여 할 것이라고 본다.
倫 理 宣 言 文
우리 韓民族은 仁․義․禮․智를 根幹으로 五千年의 悠久한 文化를 創造 繼承한 優秀한 文化民族임을 自矜한다. 世界化의 巨大한 물결 속에서도 꿋꿋하게 民族 正統性을 지켜올 수 있었던 것이 어찌 斯文의 힘입은 바 아니겠는가!
世界는 바야흐로 光速으로 變化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人類는 갈 길을 잃고 漂流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世界史의 새로운 進運을 느끼며 우리 民族의 자랑스러운 傳統 위에서 仁․義․禮․智로써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倫理의 根本으로 삼고자 한다.
우리 民族은 禮義를 崇尙하는 東方禮義之國이다. 禮義의 根本은 仁에 있으며, 仁은 明德과 人民으로 부터 愛物에 이르는 至善임에 틀림없다. 이에 우리는 人類社會에 孝悌를 實踐하여 仁의 道를 完成하며, 修己治人의 學問을 통해 大同의 理念을 具顯하고자 한다.
그러나 우리는 無條件 傳統만을 固守하지 않으며 西歐文物이라 하여 全面 排擊하지 않는다. 人間의 精神文化를 抹殺하는 物質重視 風潮와 人間의 道德性을 墮落시키는 頹廢風潮를 排擊할 뿐이다.
이에 우리는 溫故知新의 精神과 民族的 主體性을 바탕으로 隨時處中의 理念을 이 땅에 實現하고자 한다.
昨今의 우리는 무너진 倫理觀을 正立하고 새로운 倫理理念을 創造해야 할 使命을 띠고 있다. 가까이는 내 自身부터 멀리는 온 人類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道德的 風化에 젖어들기를 바라며, 至善의 世界에 到達할 때까지 우리의 先驅的 任務는 멈출 수 없기에 새시대의 倫理觀을 宣言한다.
實 踐 綱 領
一. 우리는 仁義禮智에 根據한 悠久한 文化民族임을 自矜하고 孝悌 倫理의 實踐에 앞장선다.
一. 우리는 人間의 道德的 本性 恢復에 注力하며 傳統的 美風 良俗을 繼承 發展시킨다.
一. 우리는 儒敎 倫理에 違背되는 風潮를 排擊하며 새로운 倫理 理念 創造에 앞장선다.
선비 수칙(守則)
1. 不怨天 不尤人(불원천 불우인)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
2, 士不可以不弘毅 任重而遠(사불가이불홍의임중이원) 선비는 도량이 넓고 뜻이 굳세지 않으면 안 된다. 책임이 무겁고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3. 仁以爲己任 不亦重乎(인이위기임) 인으로 자기 책무로 삼으니 막중하지 않은 가
4. 見危致命 見得思義(견위치명) 나라가 위태로우면 목숨을 바치고 이득을 보고 의를 생각한다.
5. 君子 有終身之憂 無一朝之患也(군자 유종신지우 무일조지환야) 군자는 평생 걱정은 있지만, 하루아침 근심은 없다.
6. 入則孝 出則悌 謹以信 汎愛衆而親仁(입칙효 출칙제 근이신 범애중이친인) 들어가서는 효도하고 나와서는 공손하며, 행실을 삼가고 말을 성실하게 하며 널리 사람들을 널리 사랑하되 인한 이를 친히 해야 한다.
7. 君子不器 (군자불기) 군자란 한 가지 용도로 사용되는 그릇 같아서는 안 된다.
8. 先行其言 而後從之(선행기언 이후종지) 말보다 실천이 앞선다.
9. 君子之於天下也 無適也 無莫也 義之與比(군자지어천하야 무적야 무막야 의지여비) 군자는 천하의 일에 있어서 오로지 주장함도 없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도 없어서 의리를 따를 뿐이다.
10. 博學於文 約之以禮 亦可以弗畔矣夫(박학어문 약지이례역불가이불반의부)문에 대하여 널리 배우고 예로써 요약하면 도에 위배되지 않을 것이다.
11. 君子 成人之美 不成人之惡(성인지미 불성인지악) 군자는 남의 장점을 이루어지도록 도와주고 나쁜 점은 이루지 못하도록 한다.
12. 巧言令色 鮮矣仁(교언령색 선의인) 말을 좋게하고 얼굴빛을 곱게 하는 사람은 인한 이가 적다.
13. 安貧樂道(안빈낙도) 가난하면서도 도를 즐긴다.
14. 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불환인지불기지 환불지인야) 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고, 자기가 남을 알아보지 못할까 걱정한다.
15. 有若無 實若虛(유약무 실약허) 있으면서도 없는 듯하고, 가득 차 있으면서도 빈 듯한다.
16. 一日三省(일일삼성) 하루에 3번 반성한다.
17. 過則勿憚改(과칙물탄개)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야 한다.
18. 修身齊家(수신제가) 몸을 닦고서 집안을 가지런히 한다.
19. 崇祖 原始報本(숭조 원시보본) 조상을 극진히 받든다.
20. 孝 百行之源(효 백행지원) 효를 백행의 기본이다.
21. 主忠信(주충신) 성실과 신의를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
22. 食無求飽 居無求安 敏於事而信於言(식무구포 거무구안 민어사이신어언) 먹는 일에 배부름을 추구하지 않고 거처할 때에는 편안함을 구하지 않으며 일을 민첩하게 하고 말을 삼간다.
23. 敏而好學 不恥下問(민이호학 불치하문) 민첩하고 배우기를 좋아하며 아랫 사람에게 듣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
24. 正名(정명) 이름을 바로 잡는다(명분을 바로 세운다).
25. 推己及人(추기급인) 자기 마음을 미루어 남을 헤아린다.
26. 犯而不校 (범이불교) 남이 침범해도 맞받아 다투지 않는다.
27. 周而不比 和而不同 (주이불비 화이부동) 두루 친하되 편을 짓지 않고, 화합하나 뇌동하지 않는다.
28.. 坦蕩蕩(탄탕탕) 마음이 평탄하여 여유가 있다.
29. 求諸己(구제기) 군자는 일의 성패를 자신에게서 찾는다.
30. 威而不猛(위이불맹) 위엄이 있으면서도 사납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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