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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조선왕릉 금지구역 풀어야

by 仲林堂 김용헌 2024. 7. 15.

도래솔길에서 바라 본 영릉 전경이다.
정자각에서 영릉의 능침까지 통행하는 도래솔길이다. 야자매트가 깔려 있다.
정조대왕의 릉인 건릉이다. 정자각 뒤편 목책 넘어는 금지 구역이다.
중국 산동성 곡부 공자묘다. 묘 바로 앞에 제상이 있고 절하는 배위가 있다.

 

지난 710일 성균관유도회 경기도본부 주최 선현지 견학 차 경기도 유림지도자와 함께 경기도 여주시 세종대왕면 왕대리 세종대왕의 능인 영릉(英陵)을 찾았다. 이날은 장맛비가 그치고 뜨거운 햇살이 비추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맑은 공기에 하늘은 유난히 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오랜만에 경기도 유림과 함께 우리나라 최고 성군의 묘역을 둘러보았다.

 

영릉 초입에 전시한 측우기, 일구대, 오목해시계 등 세종 시대 세계적인 여러 발명품도 볼만했고, 고풍의 옛 재실과 천원지방의 연못, 정자각도 관람했다. 정자각에서 배례를 올리고 나서, 특히 인상 깊었던 관람은 '도래솔길'을 따라 봉분 바로 앞에서 거대한 석물을 자세히 살핌이었다.

 

다른 왕조의 왕릉은 대부분 봉분 근처까지 가서 석물을 자세히 볼 수 있으나 유독 조선왕릉은 이곳 영릉을 제외하고 거의 능침 접근을 금하고 있다. 조선왕릉은 남한에 40기가 있고, 북한에 제릉과 후릉이 개성이 있으며, 이 중 남한에 있는 40기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조선왕릉은 세계인이 누리는 세계유산이다.

 

나는 수원시에서 가까운 경기 화성시 효행로481번길 21 사도세자와 정조의 능인 융릉과 건릉을 여러 차례 다녔다. 갈 때마다 능의 핵심 유물이 있는 능침에는 접근할 수 없는 게 안타까웠다. 먼발치에서 보나 잘 볼 수 없다. 저 능침에는 어떤 석물이 있을까? 문인석과 무인석은 어떤 모습일 가 궁금했다.

 

조선왕릉은 홍살문, 정자각, 수복방이 있는 곳을 제향공간이라하고 진입을 허용하고 있으나 봉분과 석물이 있는 곳은 성역공간이라하여 일반인의 접근을 금하고 있다. 그러나 백성이 주인인 민주사회에서는 보존을 넘어 문화유산을 시민이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

 

영릉은 '도래솔길'을 개설하여 많은 관람객이 능침까지 통행하지만 길 밖으로 나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 길로 인한 능침 훼손은 염려될 것 같지 않다. 다른 조선왕릉도 영릉에서와 같이 석물이 있는 능침까지 접근할 수 있는 접근로를 만든다면 거의 손상 없이 능침 관람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능침공간의 접근 금지 명분은 훼손 방지라지만 다른 이유는 권위주의 시대에 접근 금지를 통하여 보통 사람들과 차별하여 특권의식을 높이거나 신비주의를 높이기 위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런 권위주의나 신비주의는 구시대의 사고이다.

 

중국의 공자묘도 묘소 바로 앞에서 참배할 수 있게 했다. 공자의 신위를 모신 대성전도 허락 없이 누구나 관광객이 출입할 수 있다. 진시황릉 병마용갱도 개방하여 관광명소가 되었다. 일본 센고쿠를 통일하고 에도 막부를 세운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위패를 모신 동조궁 사당과 무덤도 누구나 출입하고 있다. 가까이해야 친근해지고 그래야 감성도 높아지며, 보존도 잘 할 수 있다.

 

유교의 문화유산인 향교와 서원도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주말이나 공휴일은 대부분 문을 닫고 있다. 조선왕릉과 같이 보존에만 힘쓰고 있다. 보존에 그치지 않고 세상으로 나아가야 사회로부터 환영받을 수 있다.

 

문화유산은 소극적으로 복원과 보존에 힘을 기울였으나 이제 문화지향사회로 진입하는 21세기에는 문화유산의 적극적인 향유와 활용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조선왕릉도 활짝 문을 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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