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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떠날만 하면 떠나고, 떠나지 말아야 하면 떠나지 말라'를 생각한다.

by 仲林堂 김용헌 2024. 3. 4.

어제 찾은 만석거다. 잉어가 놀고, 흰뺨검둥오리가 한가롭게 물에 떠 있다. 이 물고기와 새에게는 어떤 유형의 삶이 있을 가? 이들도 머물만하면 머물고 떠날만하면 떠날가?

 

《맹자》 <만장> 하편에서 맹자는 다른 유형의 삶을 살은 옛 성인 네분의 이야기를 했다. 

 

먼저  "백이(伯夷)는 눈으로는 나쁜 색깔을 보지 않았고, 귀로는 나쁜 소리를 듣지 않았다. 자기에 맞는 임금이 아니면 섬기지 않았고, 자기에 맞는 백성이 아니면 부리지 않았다. "다스려지면 나가고(治則進), 어지러우면 물러난다(亂則退)"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깨끗한 사람이라고 하며 맑은사람 즉 청자(淸者)라고 불렀다. 이런 사람은 세상을 더럽히지 않는 정의로운 사람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때로는 자신만 깨끗하게 살려고 하고, 이웃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사람이라고 본다. 그들은 주로 은둔하며 산다. 비록 자신은 깨끗하나 세상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두번째, 이윤(伊尹)의 이야기다. "그는 누구를 섬긴들 임금이 아니냐, 누구를 부린들 백성이 아니냐며, 잘 다스려져도 나가고 (治亦進),  어지러워도 나갔다(亂亦進). 하늘이 백성을 낳은 것은 먼저 안 사람으로 하여금 나중에 아는 사람을 깨우치게 한 것이라고 했다. 그 자신은 하늘이 낳은 백성 가운데 먼저 깨달은 사람이니, 장차 백성을 깨우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사람을 임자(任者)라고 부른다. 이런 사람은 청자와 달리 자신보다 알지 못하는 사람을 깨우쳐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역활을 하게 한다. 다른 한편 이런 사람은 바르지 못한 정치에 아부하거나 그들을 도와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세번째, "유하혜(柳下惠)의 이야기다. "그는 더러운 임금도 부끄럽지 않고, 작은 관직도 마다 않았다. 버려지더라도 원망하지 않았고(遺佚而不怨), 어려움에도 고민하지 않았다(阨窮而不憫). 그는 너는 너이고 나는 나이니, 비록 내 곁에서 옷을 걷어 올리거나 옷을 벗더라도 네가 어떻게 나를 더럽힐 수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그래서 그의 풍모를 들은 비루한 사람은 너그러워지고, 가벼운 사람은 돈독하게 되었다."고 했다. 유하혜는 이윤과 비슷한 유형이라고 볼 수 있지만 역경을 비난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사람을 맹자는 화자(和者)라고 했다. 화자는 융통성 있게 조화롭게 일을 처리하는 사람으로 훌륭한 인품이 있다. 한편 그의 단점은 임자와 같이 불의에 대하여 저항하며 바른 세상을 구현하고자 하는 정의로움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네번째, "공자(孔子)는 머물만하면 머물고 빨리 떠날만하면 빨리 떠나고 오래 있을만 하면 오래 있으며, 머물만하면 머물었다. 공자는 성인 가운데 때를 맞춰 행한 분이다. 집대성한 분이다. 성스러움과 지혜를 구비하고 때에 맞추어 행한 분이다."라고 했다. 공자는 청자, 임자, 화자가 훌륭한 인성을 가지고 있지만 또한 단점도 있으나 공자는 시의 적절하게 대응하므로 단점을 찾기 어려우며 온전한 정치라고 생각된다. 

 

살다보면 잘 풀리는 일도 있지만 때로는 뜻대로 안되는 어려움에 처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백이, 이윤, 유하혜, 공자를 생각하고, 누구의 처신을 따라 갈 가? 생각해 본다. 지난 토요일 성신사 고유제향을 올리면서 제향홀기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백이와 같이 나의 생각이 옳다고 밀고 나가야 할 것인지, 아니면 이윤이나 유하혜와 같이 다른 사람의 의견도 받아 들여 비록 틀리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의 의견을 따라야 할 것인지? 그것도 아니다라고 생각하면 공자와 같이 할만하면 하고, 하지 마라야 하면 말아야 하는 게 시의 적절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그 판단의 기준을 잡기 어려웠다. 청자도 화자도 아니라고 보고, 선을 긋지 못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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