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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윤리선언문 낭독'에 대한 나의 생각

by 仲林堂 김용헌 2023. 10. 30.

倫 理 宣 言 文

우리 韓民族은 仁․義․禮․智를 根幹으로 五千年의 悠久한 文化를 創造 繼承한 優秀한 文化民族임을 自矜한다. 世界化의 巨大한 물결 속에서도 꿋꿋하게 民族 正統性을 지켜올 수 있었던 것이 어찌 斯文의 힘입은 바 아니겠는가!

世界는 바야흐로 光速으로 變化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人類는 갈 길을 잃고 漂流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世界史의 새로운 進運을 느끼며 우리 民族의 자랑스러운 傳統 위에서 仁․義․禮․智로써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倫理의 根本으로 삼고자 한다.

우리 民族은 禮義를 崇尙하는 東方禮義之國이다. 禮義의 根本은 仁에 있으며, 仁은 明德과 人民으로 부터 愛物에 이르는 至善임에 틀림없다. 이에 우리는 人類社會에 孝悌를 實踐하여 仁의 道를 完成하며, 修己治人의 學問을 통해 大同의 理念을 具顯하고자 한다.

그러나 우리는 無條件 傳統만을 固守하지 않으며 西歐文物이라 하여 全面 排擊하지 않는다. 人間의 精神文化를 抹殺하는 物質重視 風潮와 人間의 道德性을 墮落시키는 頹廢風潮를 排擊할 뿐이다.

이에 우리는 溫故知新의 精神과 民族的 主體性을 바탕으로 隨時處中의 理念을 이 땅에 實現하고자 한다.

昨今의 우리는 무너진 倫理觀을 正立하고 새로운 倫理理念을 創造해야 할 使命을 띠고 있다. 가까이는 내 自身부터 멀리는 온 人類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道德的 風化에 젖어들기를 바라며, 至善의 世界에 到達할 때까지 우리의 先驅的 任務는 멈출 수 없기에 새시대의 倫理觀을 宣言한다.

實 踐 綱 領
一. 우리는 仁義禮智에 根據한 悠久한 文化民族임을 自矜하고 孝悌 倫理의 實踐에 앞장선다.
一. 우리는 人間의 道德的 本性 恢復에 注力하며 傳統的 美風 良俗을 繼承 發展시킨다.
一. 우리는 儒敎 倫理에 違背되는 風潮를 排擊하며 새로운 倫理 理念 創造에 앞장선다.

 

 

지난 1026일 성균관 명륜당 앞뜰에서 "유교문화축전"이 있었다. 식전 행사로 국악가요 마당으로 잔치 분위기 무르익어갈 즈음 개회식 행사에서 "윤리선언문 낭독"이 있었다. 그 내용이 어렵고 딱딱하여 축제 분위기를 떨어뜨리고, 고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림 행사에는 전국 어디서나 언제나 문묘 향배가 있고 윤리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좋은 글이지만 매번 낭독하니 때로는 변화가 없는 오늘의 유교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윤리선언문에 관한 기록은 성균관 종규 등 어디에서 찾아볼 수 없었고, 오직 성균관유도회 총본부 홈페이지에 나와 있으나 언제 누가 만들었나 알 수 없다. 유림 행사에 낭독하라는 규정 또한 찾을 수 없었다. 최초 사용 기록은 찾지 못했으나 구글 검색에서 '2006222일 '경북매일' 신문에서 고령유도회 정기총회 때 윤리선언문을 낭독한 오래된 기사가 있었다.

 

윤리선언문 작성은 상당히 오래되었으며 젊은 세대가 알기 어려운 한자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첫 문단부터 "사문(斯文)에 힘입은 바가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사문 대신에 유교 또는 유교의 도의(道義)라고 쉬운 말로 고쳐 쓰면 좋을 것 같다.

 

글의 뜻이 부적절하거나 시대에 맞지 않는 내용이 여러 곳이 있다. 첫 문단에서 "세계화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도 꿋꿋한 민족의 정통성을 지켜올 수 있었던 것은"에서 정통성이 무엇인지 알 수 없고, 정통성 보다는 "자주성"이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두 번째 문단에서 "인류는 갈 길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라는 주관이 많이 들어간 표현이 있다. 객관성이 없는 표현으로 부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다음 문장 "세계사의 새로운 진운(進運)을 느끼며"란 표현도 애매한 표현이다. "자랑스러운 전통위에서"'전통 위에서"로 띄어쓰기가 틀렸다. 그리고 "예의 근본은 인에 있으며"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 논어에서는 "효제가 인의 근본"이라고 했다.

 

"인은 명덕과 人民으로부터 愛物에 이르는 지선임에 틀림없다."에서 人民이 아니라 仁民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여기서 인은 사람()이 아니라 동사인 백성을 어질게() 하다라는 뜻이 맞을 것 같다. 「孟子, 진심상 45」에 "親親而仁民, 仁民而愛物"이 있다. 그 내용도 부적절하다. "인은 명덕과 인민으로부터 애물에 이르는 지선임에 틀림없다."라고 하였는데 大學에서 밝은 덕을 밝히고(明明德), 백성을 친하게(親民)하고, 최고의 선에 머물라(止於至善)라고 했다. 인이 지선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명명덕하고 친민하고 최고의 선에 머물라고 했다.

 

"인류사회에 효제를 실천하여"라고 하여 인류사회라고 특정했으나 가정에서도 할 수 있다. 어떤 대상만이 효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효제 실천이 필요하다고 본다면 '인류사회'는 삭제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수기치인을 통해 대동의 이념을 구현하고자 한다."라고 했으나 맹자는 "큰 도가 행해지려면 천하가 공평해야 한다."라고 했다. 수기치인을 통하여 대동 사회를 구현하기보다는 공평한 세상이 되어 대동사회를 구현한다고 보았다.

"우리는 무조건 전통만을 고수하지 않으며 서구문물이라 하여 전면 배격하지 않는다."는 당연한 말씀이다. 이런 말을 뒤집어보면 그간 유림은 전통만을 고수했고 서구문물을 배격하지 않았나 의심받을 수 있다.

 

"민족의 주체성을 바탕으로 수시처중의 이념을 이 땅에 구현하고자 한다."라는 글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외국인 비율이 내년이면 전체 인구의 5%를 넘어서며 다민종· 다문화국가로 진입한다고 알려졌다. 민족 주체성의 강조는 다민족 국가에서 맞지 않다. 이런 게 바로 유교가 수시처중하지 못는 것이 아닐 가?

 

끝으로 "새 시대의 윤리관을 선언한다."라고 했으나 그 윤리관이 무엇인가 알 수 없으며, 문맥상으로는 "선구적 임무는 멈출 수 없다."라고 끝맺으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상은 윤리선언문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매번 유림의례 때마다 반복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윤리선언문 낭독을 계속해야 하나? 의문을 제기한다. 앞으로 부적절 한 그 내용은 충분한 검토와 수정 보완이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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