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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폭염 속에 달리는 열차 안에서 뭉게구름을 보며

by 仲林堂 김용헌 2023. 8. 4.

 거의 한 달 동안 지리하게 계속되던 장마가 걷치고 나니 무더위다. 계룡에서 승차한 열차는 전의역을 지나고 있다. "폭염으로선로가 굽을 수 있어 위험하여 서행하고 있다."고 차내 방송을 한다. 급할 게 없는 나에게는 좀 늦어도 괞찬다. 밖은 찌는 더위지만 열차 안은 에어콘이 가동되고 있어 딴 세상이다. 열차는 푸른 산과 들 속으로 뚫고 달리며, 차 창밖은 새로운 화면으로 연신 바뀐다. 열차는 달리는 가운데 나의 생각은 과거를 돌아보며 오늘에 이른다. 

 

차창 넘어로 보이는 건물이나 시설물이 반듯하다. 허름한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어렸을 때와는 천양지차가 있다. 이제 선진국의 티가 난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날 갑자가 선진국으로 올라 선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러나 그 속을 깊이 보면은 해방 이후 하나 하나 쌓아 올린 결과라고 본다. 어떤 훌륭한 지도자가 있어서 그렇다고 주장도 하지만 그 보다는 우리 국민 모두가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라고 생각이다. 해방 이후 세대는 비록 어려운 환경에서 고생하면서도 처우는 그 만큼 못 받으며 희생하며 빛나는 오늘을 만들었다. 희생 세대라고 하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발전을 이끈 희망의 세대가 아닌가 생각한다.

 

나도 상대적으로 어려운 환경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삼시세끼 쌀밥은 먹지 못하고 죽이나 보리밥을 먹고 성장했지만 대학을 다녔고, 졸업 후 농진청에 연구직 공무원으로 정년을 보냈으니 희망과 보람의 세대를 살아온 사람 중의 한 사람이라고 할만하다. 그만하면 서운하지 않은 인생이 아닐 까?하며 감사한 마음이다.

 

찌는 더위의 여름도 있고 살을 외는 혹한의 겨울도 있지만, 꽃피는 봄도 있고 산하를 물들이는 단풍의 가을이 있는 아름다운 사계절의 나라에 태어났음도 축복이다. 늦은 밤에서 자유롭게 다닐 수 있고, 가방을 잠시 놓고 와도 누가 가지고 가지 않는 나라에서 살고 있음도 행운이다. 

 

내가 가는 길은 끝이 없을 것 같지만 그 끝은 저만치에 있다. 내 인생 열차는 비교적 순탄하게 큰 사고 없이 달려 왔다. 하늘에 뭉게 구름이 두둥실 떠 있다. 인생도 구름과 같이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다가도 생겨 난다. 지금의 뭉게 구름은 아름답다. 이제 신도안에서 승차하여 한 참을 달렸고, 하차할 수원역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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