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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생각대로 될 때도 안 될 때도

by 仲林堂 김용헌 2023. 8. 1.

담배가루이를 채집한 성주 참외재배 농가 비닐하우스
채집한 담배가루이를 비닐에 넣고, 다시 아이스 박스에 넣었다.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킨 수 담배가루이를 접종하고 있다.

"생각대로"라는 특송 배달 회사가 있다. 세상일이란 생각대로 되면 얼마나 좋을 가? 현실은 생각대로 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그런 말이 나온지도 모른다. 생각대로 되지 않은 원인은 판단착오에서 올 수도 있고, 때로는 환경이 따라 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한다. 

 

소면적 작물 약효약해 시험을 수행하면서 생각했던 시험대상 해충이 거의 한 달 동안의 긴 장마로 발생하지 않고 있다. 생각대로라면 비름에서 진딧물 발생은 7월 초에는 되었을 것이고, 참취 담배가루이 시험도 하수오 노린재 시험도 지금 쯤 거의 끝났을 지도 모른다. 

 

생각대로라면 어렵지 않게 수행했을 텐데 올해도 생각대로 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27일 성주로 담배가루이 채집하러 갔다. 새벽 5시 20분에 출발했지만 현지에 도착하니 햇살이 강하다. 하우스 두 발만 안으로 들어가도 숨이 맥혔다. 주인이라는 친구가  쫒아다니며 까다롭게 굴었다. 이미 작물은 수확을 다하여 걷어내고 새로 심어야 할 상태지만 쓸데 없는 잎새 하나 따는 걸 못마땅해 했다. 어렵게 담배가루이를 채집했다. 참외 하우스에서 담배가루이를 채집하여 망사 자루에 넣고 운반한 게 마음 한 구석에는 잘 살아 있을 가? 염려를 했는데 염려가 그만 거의 죽어버리는 게 현실이 되었다. 망사 자루에 넣으니 잎새가 고온으로 바로 말라버렸고, 잎새에 붙었던 가루이도 살지 못하고 말았다. 7월 27일 채집이 거의 수포로 돌아갔다. 접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곤충 실험은 때가 있으니 살인적인 더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미룰 수는 없다. 성주에서 고속도로 터널을 달리면서 한 순간 졸았다. 핸들이 똑 바로 가지 않았다. 옆에서 바라보던 처가 "왜 그래" 라고 하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혼자 장거리 운전은 어렵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성주 출장을 다녀 와야 하는데 자동차 끌고 가는 게 불안하여 기차 타고 버스 타 가려고 한다고 하니, 처가 극구 말린다. 더위가 있고 짐도 있어 어렵다고 한다. 일요일 밤까지 서로 의견이 갈렸다. 내 생각대로 하려고 했으나, 그 다음날 나는 내 생각을 포기하고 처의 의견에 따라 승용차로 가리로 했다. 

 

어제 오후 2시에 출발하여 성주 참외 하우스 현장에 5시 반에 도착하여 한 20여분만에 채집을 완료했다. 이번에는 비닐 봉지에 채집 표본을 넣고 다시 아이스박스에 넣어 가루이를 죽이지 않고 온전하게 가져 올 수 있었다. 접종 장소인 화성시 비봉면 남전리 포장에 도착하여 캄캄한 밤이다. 보름 달이 서쪽 하늘에 떠 있지만 그늘이 있어 후레쉬를 켜고 30분간 접종 작업을 했다. 이어서 수원시 입북동 포장에 도착하여 다시 30분간 접종하니 밤 10시 10분이다. 비록 2차 채집과 접종 작업은 은 밤 늦게 까지 했지만 일이 생각대로 잘 되었다.

 

첫번 채집은 내 생각이 바르지 못하여 실패를 했고, 두번째 채집은 생각이 좋기 때문에 성공을 할 수 있었다. 

 

오늘은 국립농업과학원에서 공시충 분양 받기 위하여 동료 직원의 차로 아침 6시 반에 출발하여 8시 50분 전주 국립농업과학원에 도착하여 바로 분양을 받아 올라왔다. 이 일은 사전에 분양 가능 여부를 확인했고, 공문 보냈고, 담당 직원에  4일 전에 전화했고, 어제는  사육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이렇게 사전 조치를 취하여 생각대로 쉽게 일이 되었다. 

 

오후에 경로당 보조금 정산 결과 잔액 60만원을 납부하라는 공문을 다시 보고, 나 나름대로 최선을 다 했는데 무엇 때문에 잘 못이 있었나? 팔달구청 담당자에 전화를 했고, 상담 요청을 하여 만났다. 만나기 전에 지난해 사용한 운영비 입출입 내역을 엑셀 화일에서 인쇄하여 분기별 잔액을 검토해 보았다.

 

담당자를 만나 무엇이 잘 못되었나 설명하라고 하니, 사화봉사활동비 1년 보조금 총액에서 사용한 지출 내역을 계산하여 미사용한 액을 설명했다. 나는 "보조금 중 사회봉사활동비 미집행은 인정한다"라고 하고, 그 외 운영비 사용은 미 집행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계산을 해보더니 잘 못된 것 같다고 인정하며 돌아가서 다시 확인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얼마 있지 않아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30만원의 착오가 있었다고 하며 공문으로  보내겠다고 했다. 

 

지난 며칠간 채집도 하고, 분양도 받았고, 보조금 잔액반납도 잘 못을 지적하여 반납액을 절반으로 줄 일 수 있게 했으니 역활을 한 것이다. 생각대로 안된 일도 있었지만 실패를 인정하고 다시 시도하여 성과을 얻을 수 있었다. 

국립농업과학원에서 분양 받은 담배거세미나방 유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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