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생각

바보같이 살라

by 仲林堂 김용헌 2023. 5. 28.

제비꽃이 피었다. 그 중 먼저 핀 꽃도 있고, 더 아름다운 꽃도 있다. 그러나 멀지 않아 지고 나면, 무슨 차이가 있을 가? 다 한가지지 뭐...

공자의 사상을 한마디로 말하면 인()이다. 인은 ()’()’의 두 글자가 합해서 된 것이며, ‘()하다라는 뜻이다. 인을 구성하는 덕목으로 효(((((((((((온량(溫良애인(愛人) 등이 있다. 이와 같은 여러 덕목 중 핵심은 사랑이다. 사랑이 부모에게 미치면 효가 되고, 형제에게 미치면 우()가 되며, 남의 부모에게 미치면 제()가 되고, 나라에 미치면 충()이 된다.

 

공자는 인이란 무엇이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논어 옹야편에 보면 "무릇 인()이라는 것은 자기가 서고 싶으면 남을 먼저 세워주고, 자기가 도달하고 싶으면 남을 먼저 도달시켜 주는 것이다(夫仁者 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은 내가 출세하고 싶으면 남이 먼저 하도록 하고, 내가 명예를 얻고 싶으면 남이 먼저 하게 하고, 내가 부자가 되고 싶으면 남이 먼저 부자가 되게 하라는 것이니,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다. 한마디로 바보 같이 살라'이. 나 먼저 잘 살려는 마음이 인지상정이다. 그런 마음이라면 우선 출세할 수도 있지만 긴 안목으로 보면 아름다운 삶이라고 볼 수는 없다. 나 우선이라면 인간관계는 무너지고 만다.

 

공자께서는 나보다 남을 먼저 세우고, 남을 먼저 도달하게 하는 것이 인()이라고 말씀하신 것은 바보 같이 살며 인을 실천하라는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께서도 "나는 바보인가 봅니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70년이 걸렸으니까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운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밝은 태양은 물론 밤하늘의 별도 보지 못합니다."라고 자신을 바보 같다며 낮췄다.

 

산악인 엄홍길은 아시아경제 기자와 인터뷰에서"나 혼자만 만끽하면서 살지 않겠다. 살아 있으면 나누고 봉사하면서 살겠다"라고 다짐했다.

 

공자는 제자 안현이 인에 관하여 묻자  공자는"사욕을 극복하는 극기(克己)를 하고, 예로 돌아가는 복례(復禮)를 통하여 인을 실천할 수 있다"라고 말씀하셨다.

 

세상이 발전하면서 남보다 앞서가려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약육강식의 야만적인 사회에서는 바보와 같은 사람은 밑에 깔리고, 약삭빠른 사람들이 판을 친다. 그러나 나눔을 실천하고, 바보같이 참삶을 사는 사람이 있어 그나마 살만한 세상이라 할 수 있다. 바보스러운 사랑의 정신이 없다면 세상은 메말라 갈 뿐이다. 우리 사회를 그나마 정이 오갈 수 있게 한 것은 인을 실천하는 바보 같은 사람들이 있어서가 아닌가 싶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