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5-60년 전에는 기와집이나 양옥집은 거의 없었고 초가집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초가집은 민속촌에서나 볼 수 있다. 특히 살림집으로 초가집은 더 그렇다. 그런데 수원에는 지은지 134년이나 되는 오래된 초가집이 수원시 장안구 파장천로 56-9에 있다. 이 초가집은 '수원 광주이씨고택'이라고 하며 국가민속문화재 제123호로 지정되었다. 이 집 안채 대들보에 戊子三月十八日酉時立(무자삼월십팔일유시입)이라고 써 있다. 무자년은 1888년이 된다.
나는 오래 전부터 이곳을 지나면서 여러 차례 이 가옥을 언제 한번 사진촬영하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까지 하지 못했다. 어제는 촬영하려 마음 먹고 이 가옥을 찾았다.
이 가옥에 도착하여 집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헛간과 담 넘어로 안채를 촬영을 했다. 그러나 안채는 담이 높아 화면이 일부만 잡히고 전체 모습은 잡을 수 없었다. 그런데 운 좋게 이 댁의 주인 어르신이 외출하는 것을 보고 사정을 말씀드리고 허락받고 집안으로 들어가 촬영할 수 있었다.
담 넘어서 촬영하면서 집안으로 들어가 촬영할 수만 있다면 간곡한 바람이 있었다. 무슨 일이든지 정성을 다하면 이런 행운이 찾아온다고 했다. 오늘은 나는 간절하게 기대를 했고, 운 좋게 그 기대가 이루어졌다.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연신 셔터를 터트렸다. 내가 어렸을 때 살았던 고향 집이 떠올랐다. 나의 고향집에도 안채, 사랑채, 광이 있었고, 안채에는 대청이 있고, 돌쩌귀문과 미닫이문이 있었고, 대청에는 쪽마루를 놓았다.
이 가옥의 구조는 안채가 ㄱ자로 있고, 바깥채(사랑채)가 ㄴ자로 있고, 바깥채 밖으로 마당이 있고, 마당 끝에 헛간이 있다. 헛간 밖에 채마밭이 있다. 그리고 작은 광이 안채 옆에 있다.
안채는 ㄱ자형으로 서향으로 안방 2칸이 있고, 안방 옆에 부억 1칸이 있고, 중앙에 대청이 2칸이 있고, 남향으로 방 2칸이 있다. 바깥채는 ㄴ자형으로 중앙에 대문이 있고, 그 옆으로 남향 2칸과 서향 2칸이 있다. 헛간채는 1자형으로 5칸으로 큰 편이다. 광은 안채 옆에 단독으로 2칸집이다.
건립 당시 초가로 지어진 이 가옥은 공간 활용의 필요에 의해 벽체를 변경하였고, 1970년대에는 새마을운동으로 행랑채와 헛간의 지붕을 개량하기도 하였다. 1993∼1994년에 걸쳐 보수공사가 있었는데, 이때 변경된 벽체와 지붕을 고증에 의해 원형으로 복원하였다고 한다.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어 비교적 잘 관리하고 있으나 초가집이라서 빗물이 새서 지붕을 보수한 흔적이 몇 군데 있었다. 바깥채(사랑채)는 지붕 볏집 색깔로 보아 지난 해 가을에 이엉을 엮어 지붕을 새로 덮었으나 안채와 헛간채는 지난 해 지붕을 새로 덮지 않은 것 같다. 볏집은 쉽게 썩기 때문에 예전에 초가지붕은 매년 이엉 엮어 덮었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지붕에서 빗물이 샌다. 이 가옥의 보존에서 핵심은 지붕을 매년 새로 입히냐 않느냐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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