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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자폭한 한진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by 仲林堂 김용헌 2021. 11. 17.

억울하게 죽는 사람이 우리 역사에서도 많이 있다. 목숨을 걸고 불의와 싸우다 죽은 성삼문 등 사육신이 있다. 내시 김처산은 연산군에 충언하다 죽었다. 이렇게 누명을 쓰고 불명예로 억울하게 죽는 사람도 있고, 자신이 헌신했던 직장에서 물러나는 일도 있다. 어젯밤에 나는 소위 "한진현대아파트 카톡방"에 의해 불행하게도 정의가 땅에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세상일이 때론 이렇게 하늘의 뜻(이치)에 따르지 않을 때 하늘을 원망한다.

 

아파트 단체카톡방을 통해 뭉친 사람들이 어제저녁 7시부터 개최되는 한진현대아파트입주자 대표회의 단체 참관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도 정의를 위해 이들과 대결하겠다는 마음으로 참석했다. 카톡방 사람들이 하나둘 몰려왔다. 대충 20명은 넘게 보였다. 참관인 중에서 단체카톡방 사람들이 아닌 사람이 한 분이 있었으나 한번 발언한 후 회의장을 빠져나갔고, 그 후부터는 나 혼자가 그들의 의견에 반대표시를 했다.

 

카톡방을 움직이는 핵심 인물은 102동 대표와 107동 대표였다. 102동 대표는 현재 다른 아파트에서 관리소장으로 근무하는 자이며 우리 아파트 감사이다. 102동 대표는 지난 일주일 동안 우리 아파트 회계자료 3년분을 복사하여 가지고 가서 찾아낸 부조리 결과를 어제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발표했다. 102동 대표는 비리(?)를 찾아냈고 107동 대표는 찾아낸 것을 이용하여 입주자대표의 전원과 관리소장의 사임을 요구했다. 102동 대표가 찾아낸 소위 비리라는 것은 다음 세 가지였다.

 

첫째는 은행에 갈 때 출장비 5만 원씩 몇 번의 지급이고, 두 번째는 입주자대표의 경조사에 경조비 지출이고, 셋째는 입주자대표회의 후 식사비 지출이다. 그 내용을 하나하나 발표에 참관한 카톡방 사람들은 손뼉을 치며 열광했다. "너희들은 내가 낸 관리비를 은행갈 때 5만 원씩이나 받느냐!, "경조사에 개인 이름으로 지출해야지 관리비를 쓰냐!"고 여기저기서 항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무슨 엄청난 비리라도 발견한 듯 그들의 기세는 사무실에 가득 찼다.

 

그들은 102동 대표가 찾아낸 출장비와 경조사비 지출에 단톡방 참관인들은 환호했다. 그러나 나는 그들과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나는 이런 지출에 대하여 정당하지는 못하다고 할지라도 지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파트 대표가 자신의 시간 뺏기고 우리 아파트를 위하여 시간을 냈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필요하다고 본다. 경조사비도 우리 아파트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불행이나 축하할 일이 있으면 경조를 표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그리고 식사비도 입주자대표가 회의 후 식사를 하는 것도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본다. 어느 단체나 행사가 있으면 그 후에 식사하는 것이 통례라고 할 수 있다.

 

비리라고 볼 수 없는 것을 부정한 지출이라고 문제 삼는 사람들이 저의가 의심된다. 논어에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말이 있다. 옛것을 따뜻하게 하여 새롭게 나간다는 뜻이다. 출장비, 경조사비, 식사비는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출장비는 일과 시간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다. 이 돈은 하나의 보너스가 되어 그만큼 봉사를 이끄는 촉매제 역할도 만들 수도 있다. 이런 것은 사람 사이에 오가는 정이다. 이들의 주장대로 하면 세상의 온기라고는 하나 없는 찬 바람만 부는 세상이 된다. 사람들은 따스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덕이 있다고 하고, 차가운 사람을 야박하다고 한다. 단톡방의 사람들은 과연 덕이 있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을까? 분명 야박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단톡방 사람들은 청렴에 박수를 보내고 비리라고 할 수 없는 작은 지출을 침소봉대하여 비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정의로운 것인지 다수의 횡포인지 스스로 생각해보길 바란다. 비리도 아닌 것을 가지고 군중심리를 이용하여 집단행동한다면 유럽에서의 마녀사냥 같은 것이고, 중국의 홍위병 난동과 같은 집단이 만드는 폭력이라고 할 수 있다.

 

공자가 여러 제자와 주유천하를 할 때 어느 날 공자의 제자인 안연이 지붕이 흙으로 된 집에서 밥을 짓고 있었다. 티끌이 밥으로 떨어졌다. 안연은 티끌이 묻는 밥을 버릴 가 생각하다가 버리기에는 아까워 티끌이 있는 밥을 먹었다(顔回仲由炊之於壤屋之下, 有埃墨墮飯中, 顔回取而食之). 이를 멀리에서 이를 본 자공은 아니 밥을 몰래 먹다니! 아무리 배가 고파도 그렇지 선생님이 아직 드시지 않았는데, 어떻게 제자가 먼저 밥에 손을 대는가? 생각했다. 여기서 자공은 비록 보았지만 안연이가 한 행동의 진실을 몰랐다. 세상일이란 겉으로 보고 알 수 없는 일이 이처럼 있다. 이번 일을 보면서 단톡방 사람들은 자공과 같이 겉만 보고 자신들의 주장을 하는 게 아닌 가? 싶다.

 

이날 밤 입주자대표회에서 107동 대표는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해서 우리 아파트 입주자대표 모두 사직하자주장했고, 이를 104동 대표가 동의한다며 미리 써온 사임서를 제출했다. 이를 본 다른 대표들도 모두 사직서를 그 자리에서 작성하여 제출했다. 나는 회의에 참관하면서 "사직은 무책임이라며 사태 해결 후에 사직해도 늦지 않다며 사직서를 써서는 안 된다고 간청을 했지만, 나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들이 사직서를 쓴 이유는 단톡방 사람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굴복이며, 자기만 혼란에서 빠져나오겠다고 생각하고 우리 아파트를 생각하지 않는 이기심에서 나온 것이라고 본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행동은 평탄하게 잘 가던 한진현대아파트란 배의 선장을 포함한 전 승무원을 몰아낸 것이다. 그 후 결과는 혼돈에 빠질 것이고, 이 혼란을 틈타 이권을 노리는 자들이 승무원이 되어 움직이지 않을 가 염려가 앞선다.

 

관리소장 해임 건이 상정되었으나 결의를 하지 못했고, 107동 대표가 관리소장에 사직할 것을 요구했나 관리소장은 이를 거절했다. 관리소장은 "나는 한진현대아파트를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을 뿐이며 하나의 잘못도 없었다"라고 진술을 했다.

 

입주자대표 전원 사표는 단톡방 사람들의 주장에 굴복한 것이다. 102동 대표와 107동 대표는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한 것이고 자폭이다. 그 외 입주자대표는 모두 자신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의 책임회피이다.

 

단톡방 사람들이 몰려 왔고, 그 소란에 경찰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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