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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왜곡된 삼강(三綱) 바로 알아야

by 仲林堂 김용헌 2022. 1. 15.

중국 추성 아성전 감실에 모신 맹자상이다. 

 공자(孔子)논어에서 삼강오륜을 직접 말하지 않았다. 단지 왕은 왕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살아야 한다라고 했다(君君 臣臣 父父 子子). 정치가는 정치가답게, 기업가는 기업가답게, 학자는 학자답게, 학생은 학생답게!,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소임을 다하면 나라가 태평하게 된다고 말한 것이다.

맹자(孟子)맹자』 「등문공 상에서 부모와 자식은 친밀함을 갖고(父子有親), 임금과 신하는 옮음을 갖고(君臣有義), 남편과 아내는 구별을 갖고(夫婦有別), 어른과 어린이는 차례를 갖고(長幼有序), 친구와 친구는 믿음을 가지라(朋友有信).”라고 했다. 이 다섯을 오륜(五倫)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 후에 한()나라 때 오륜(五倫)은 동중서(董仲舒)에 의해 비틀어졌다. 동중서는 오륜(五倫)중에서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부부유별(夫婦有別)을 빼서 그 순서와 내용을 바꿔 군위신강(君爲臣綱), 부위자강(父爲子綱), 부위부강(夫爲婦綱)으로 하고 이를 삼강()이라고 했다.

 

맹자가 동중서보다 더 훌륭한 인물이고, 출생도 훨씬 빠른 데도 동중서가 만든 삼강을 맹자가 만든 오륜 앞으로 세웠다. 지금까지도 삼강오륜(三綱五倫)이라고 부르고 있고 오륜삼강(五倫三綱)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상하지 않을 수 없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동중서는 한() 무제 때 유학자로 유가 사상을 국교로 삼는 데 이바지했고, 특히 유교 철학과 음양 사상을 통합한 새로운 학문을 탄생시켰다. 그는 하늘이 자연과 인간을 주관하며, 개인이나 나라의 길흉화복은 모두 하늘에 의해 결정된다.”라는 천인감응설(天人感應)과 음양오행설을 전적으로 받아들여 유가 사상을 종교화했다.

 

그는 황제는 백성들 위에 있으며 황제의 권력은 하늘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모든 백성은 황제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라는 논리를 폈다. 그리고 음양가의 이론을 유교에 채용하여 세상 만물은 모두 음양오행(陰陽五行)의 규칙에 따른다고 생각했다. 목금화수토(木金火水土)의 오행은 동, , , , 중앙의 오방(五方), , , , , 황의 오색(五色) 등 물리뿐 아니라 인, , , , 신의 오덕(五德) 등 사회적 질서도 규율했다. 원래 춘추시대의 유가(儒家)는 자연이나 초자연의 문제를 거의 논하지 않고 사회적인 문제만을 다루었고, 음양가는 사회적 문제보다 자연의 물리에 집중했는데 동중서는 이 두 관점을 하나로 합쳐 억지로 끼워 맞춘 것이다. 그의 <대일통론(大一統論)>은 여자가 남자에게 복종하고, 신민(臣民)이 황제에게 복종하는 것이 곧 하늘에 대한 복종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위계에 따라서 자기 바로 윗사람에게 복종하는 것이 곧 궁극적으로 하늘에 대한 복종이라는 것이다.

 

오륜(五倫)은 부자 사이는 친(), 군신 사이는 의(), 부부 사이는 별()로 그 뜻이 분명하나 삼강(三綱)은 군신 사이, 부자 사이, 부부 사이 모두 강(: 벼리)이라고 통일시켰다. 그것은 아버지는 벼리이고 아들은 그물이다.”라는 것이다. 벼리 없는 그물은 무용지물이다. 벼리가 주()라면 그물은 종()이다. 그러니 아들이 아버지를 섬겨야 한다는 게 강조되고,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은 없다. 군신, 부자, 부부 사이는 지배와 종속관계가 되며 신하는 임금에, 자식은 부모에, 아내는 남편에 마땅히 해야 할 도리로 변경시켰다. 이는 곧 유교의 목적이 평천하가 아니라 왕권 강화로 변질시킨 것이다.

맹자의 오륜(五倫)은 한나라 때 삼강(三綱)으로 변질한 후 조선 중종 때 박세무가 지은 동몽선습(童蒙先習)에서는 종속관계를 더 강화하여 부자유친은 부자부효(父慈子孝)로 바꿔 효를 강조하고, 군신유의는 군의신충(君義臣忠)으로 바꿔 충을 강조하고, 부위유별은 부화부순(夫和婦順)으로 바꿔 아내의 순종을 강조했다. 유교를 건국 이념으로 삼은 조선은 세종 때 발간한 삼강행실도에서 군위신강에 따른 충신 35, 부위자강에 따른 효자 35, 부위부강에 따른 열려 35인을 신민이 본받아야 할 인물상으로 삼았다.

조선 중종 때 발간한 동몽선습에는 남자는 밖에 거주하되 아내가 하는 안의 일을 말하지 않고, 부인은 안에 거주하되 남편이 밖에서 하는 일을 말하지 않는다. 남편은 진실로 씩씩한 모습으로 아내를 대하여 하늘의 튼튼한 도리를 본받고, 아내는 부드러운 모습으로 남편을 바로 잡아 땅의 순조로운 이치를 이어받는다면 집안의 도리가 바르게 될 것이다. 이와 반대로 남편은 온전히 주도하지 못하여 올바른 도리로 아내를 인도하지 못하며, 아내는 남편을 가볍게 여겨서 바른 도리로 남편을 섬기지 못하여, 삼종지도(三從之道)를 무시하고 칠거지악(七去之惡)을 행하게 되면 집안의 도리는 막힐 것이다.”라고 했다.

 

삼종(三從)이란 결혼하기 전에는 아버지를, 결혼해서는 남편을, 남편이 죽으면 자식을 따라야 한다라는 것으로 예기(禮記)』 「교특생(郊特牲)의례(儀禮)』 「상복전(喪服傳)등의 유교 경전에 나온다. 중국 전한(前漢) 시기에 완성된 이 예서(禮書)들은 2천 년 이상의 역사를 통해 동아시아 유교 문화권 사람들의 행위를 지도해왔다. 조선에서도 『동몽선습(童蒙先習)』에서 삼종(三從)을 하지 못하면 칠거지악(七去之惡)에 이른다고 했다.

 

칠거지악(七去之惡)여자에게 일곱 가지 내칠 수 있는 것이 있으니 시부모에게 순종하지 않으면 내치고, 아들이 없으면 내치며, 음행하면 내치고, 투기하면 내치며, 나쁜 질병이 있으면 내치고, 말이 많으면 내치며, 도둑질하면 내친다.”라고 함이다.

 

공자의 군군 신신 부부 자자와 맹자의 오륜은 시대를 뛰어넘는 우리 인류에게 주는 바른 가르침이나 동중서에 의해 만들어진 삼강은 전제 왕권사회에서나 성립될 수 있지만 요즘 같은 민주 평등사회에서는 맞지 않는 사상이다. 특히 삼강 중에서 부위부강(夫爲婦綱)은 남녀평등사회에서는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

 

변질한 삼강은 아직도 살아 있다. 국민은 대통령 등 지도자를 섬겨야 하고, 아들은 아버지를 모셔야 하고, 아내는 남편을 받들어야 한다는데, 그걸 싫어할 지도자, 아버지, 남편이 어디 있겠습니까? 바로 그들은 이 사회의 힘 있는 윗사람들이니까요. 삼강을 폐기하고 오륜을 살려야 유교가 동중서 이후 2,000년 동안 여성을 핍박했다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유교가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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