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회관은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성로 92에 소재하고 있다. 이 건물은 1971년 2월 14일 기공식을 갖고 그해 11월 완공했다. 당시에는 수원시에서 가장 높은 최신식 건물이었다. 이 건물은 박정희 대통령이 쓴 현판이 걸려 있다. 이 건물을 지었을 때는 농촌에는 잘 살아보자는 새마을 운동이 한참 일어났던 때이다.
그러나 우리는 농업국가에서 산업국가로 발전하면서 농업의 위상은 점점 떨어졌다. 나라의 강력한 지원 속에 농민회관도 농민의 전당으로 그 역할이 컸으나 지금은 그 화려했던 전성기는 지난 지 오래되었고, 농민회관이란 이름에 걸맞은 역할은 거의 없다.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에서 건물 임대사업을 하며 건물을 유지 관리하고 있다.
이 건물 시설은 낡아 엉망이었으나 최근에는 주차장 포장을 새로 했고, 건물 입구에 있는 정원도 정원수로 볼품 나는 소나무를 심었다. 새로 단장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오늘은 이 건물의 4층에 있는 사무실에 다녀오면서 이 건물의 정원 전면에 세운 흙에 뻗은 뿌리라는 기념탑에 새긴 글귀를 보았다. 큰 자연석에 "흙에 뻗는 뿌리"라고 새겨 넣었다. 그 뜻을 대충 알겠지만, 식물 중에 흙에 뻗지 않은 뿌리가 어디 있지 않을까? 의미가 가슴에 닿아 오지 않는다. "흙은 생명의 뿌리! 농민은 생명의 어머니!"라고 하면 어떨까 싶다.
그 내용 또한 자연스럽지 않다. 오석에 "조상의 얼이 담긴 흙의 문화를 우리 땅과 슬기로 꽃피우리"라고 쓰여 있다. 우리 땅 대신 농민의 땀과 슬기라면 말이 된다. "농심으로 흙의 꽃을 피우리라"라고 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말이 되지 않는 글을 새겨 넣었으니 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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