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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짭짤한 생

by 仲林堂 김용헌 2021. 2. 8.

자신의 삶을 흔적을 남기게 자서전이다. 그러나 자서전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삶이 훌륭해야 자서전을 쓸 수 있다. 한편 어떤 역사적 사건에 관해 설명하거나 해석하는 회고록은 자신의 삶이 훌륭 하느냐에 관계없어 누구나 쓸 수 있다.

 

나는 최근 가까이 지내고 있는 어르신의 자서전 쓰기를 도와 드리고 있다. 오늘은 수원향교에 들러 자서전 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당발 정치인 이병희"이란 520쪽 책자를 보았다. 자서전 집필을 하는 어르신께서 그 책을 보시면서 "내 것은 이병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말씀을 하신다.

 

이병희는 7선 국회의원, 최장수 무임소장관 등 화려한 경력은 아마 경기도에서는 따라갈 사람이 없을 듯하다. 그는 자서전을 직접 쓰지는 않았고, 이병희를 사랑하는 사람이 그의 일대기를 썼다. 이병희 같이 출세를 한 사람만이 삶의 흔적을 남길 수 있나? 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장용철 시인의 시가 떠 올랐다.

 

 

"멸치의 열반" 장용철

 

눈이 꼭 클 필요가 있겠는가

검은 점 한 개 콕 찍어 놓은 멸치

눈은 비록 작아도

 

살아서는 바다를 다 보았고

이제 프랑크톤 넘실대는 국그릇에 이르러

눈 어둔 그대를 위하여

안구마저 기증하는 짭짤한 생

 

검은빛 다 빠진 하얀 눈

멸치의 눈은 지금 죽음까지 보고 있다.

 

작은 멸치 눈은 바다를 다 보았고, 죽음까지 내다보며 눈 어둔 그대에게 안구까지 기증한다고 했다. 비록 출세 못 한 하찮은 민초의 삶이라도 세상을 다 보고, 죽어서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까지 생각하는 해탈하는 삶도 우리는 가끔 본다. 출세하여 굵직한 일을 성취하는 사람도 세상에는 필요하겠지만, 작고 소소한 일을 말없이 맡은 바 다 하는 민초의 짭짤한 삶 또한 소중한 것이다.

 

이병희 의원 같이 출세한 사람만이 자서전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이병희 의원과 같이 출세 길을 열어 준 육사 8기에 인연을 맺을 수는 없는 것이다. 자신의 처한 환경이 불우한 경우가 많아 꽃피우지 못한 삶이 흔하다. 자신에 처한 환경에 열심히 살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성실하게 살았다면 누구나 자서전을 남겨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수원 화양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등교하고 있다. 이들 중 소중하지 않은 어린이가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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