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면적 농약 약효약해시험

폐비닐 걷어내기

by 仲林堂 김용헌 2020. 11. 6.

한 이랑을 끝내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한게 반 이랑이 되었다. 허리 굽혀 딱딱한 명아주 밑둥에 낫 날을 대고 잔뜩 힘을 주자 명아주는 잘려 나간다. 엉켜 있는 마른 풀을 왼손으로 긁어내고 오른손으로 연신 낫질을 했다. 팔만 힘든게 아니라 허리도 아프고 불편하다. 잠깐 잠깐 숨을 돌리면서 낫질은 계속되었다. 베어낸 명아주와 풀은 작업이 끝난 이랑으로 옮겨 놓고, 피복한 검은 비닐을 흙 속에서 묻힌 것을 잡아 빼냈다. 팔에서 힘이 다 빠저나갔다. 좀 쉬고 나서 더 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 작업을 마첬다.

 

인부를 고용하여 할 수도 있는 작업이지만 막상 인부 구하기도 쉽지 않고 좀 힘은 들겠지만 직접하기로 한 것이다. 내가 위탁받은 사업이 명아주에서 실험이었다. 올 4월 4일 로타리 작업하여 두둑을 만고 명아주를 이식하여 재배했다. 그간 잡초 제거를 하기는 했으나 그 정성이 크게 미흡해 풀이 무성했다. 한 해살이 풀이 시체가 되었다. 이제 그 풀과의 전쟁은 끝나고 풀을 방패 삼으려 해서 깔아 놓았던 폐 비닐 제거를 위하여서는 우선 시체를 걷어 내야 했다.  

 

어제는 집사람과 같이 2시간 반 작업을 했고, 오늘은 13시 15분부터 시작하여 날이 저물어가고 있을 때까지 했으니 3시간 반 했다. 농부라면 별 힘든 일도 아니겠지만 나에게는 힘든 작업이었다. "인(忍)이 안 백였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이번 일을 하면서 내게 딱 맞는 말이다. 인이 백이면 아무렇지도 않게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또 한편으로는 오늘도 일을 하면서 농사란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농사란 심어 키우고 수확하면 끝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그 외에 오늘 같이 뒷 정리까지 끝나야 되는 것이다.

 

풀과 폐비닐을 걷어낸 모습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