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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가족 이야기

나의 5대조 세일사 봉행 길

by 仲林堂 김용헌 2019. 11. 3.

한 해에 하번 제사를 우리 집안에서는 시사(時祀)라고 했다. 정확한 이름은 세일사(歲一祀)가 맞으나 철에 따라 올리는 제사로 방안 제사가 아니라서 올리는 제사라 그랬지 않았을 가 생각이든다. 세일사는 음력으로 10월초하루부터 시작된다. 음력 10월초는 양력으로 11월 초가 된다.  이때는 산은 단풍으로 물든다. 


오늘(11월 3일) 세일사 중에서 5대조 묘소는 깊은 산 중에 있다. 지금은 교통이 좋아졌지만 예전에는 정말 두메산골이었다. 연산면 황룡산 누리기재를 넘어야 했고, 재 넘어서도 시오리 길을 더 가야 한다. 그리고 만목리에서 보름티재를 다시 넘어야 한다. 예전에는 버스도 다니지 않는 길이었다. 설과 추석 때 성묘를 했고, 가을에는 시제를 올리려 한 해에 3번을 연산사거리에서 이곳 보름티까지 걸어서 다녔다. 


오대조 산소는 보름티 마을에서도 골자기 속으로 들어 간다. 돌아 나올 수도 없는 막다른 골자기며 근래 길목에 돼지를 키우고 있어 냄새가 심하여 오고 가는 사람이 전혀 없다. 인적이 없다보니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산소에 가는 길은 사람들을 자연으로 빠지들게 한다. 


묘소는 산 중턱에 있다. 계곡 아래에서 묘소까지는 급경사로 건강한 사람만이 오를 수 있다. 갑파른 길을 한 걸음 내 딛이면서 나는 앞으로 몇 번이나 올 수 있을 가 생각을 한다. 어렸을 때 같이 올랐던 아버지, 작은아버지는 저 세상으로 가셨으니 더는 오를 수 없고, 형님은 중풍으로 오를 수 없다. 


돌아가신 작은아버지 생각이 났다. 작은아버지는 이곳에 오른 후 우리들에게 "이 산소는 나발형국이라며 그래서 우리 자손이 나팔과 같이 번성하고 있다"고 하셨다. 김을 나물과 함께 말아서 김밥으로 만들어 늘 맛 있게 먹었던 용선이도 생각이 났다. 


오랜 세월을 지나 계속 반복한 5대조의 세일사 가는 길은 자연으로 들어가는 길이며 하나의 과거를 회상하는 추억의 길이 되었다.  


성묘를 하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휴대폰 카메라로 담았다.


은행나무 단풍이 곱다. 올해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게 모과나무가 모두 죽었다.


메타스콰이어나무가 굵다.


단풍나무가 햇살을 받아 자태를 밝게 드러내고 있다.


제주도에서 온 용석이가 앞서 걸어 가고 있다. 이번 세일사에는 나의 부부, 용원 부부, 용덕부부, 용길, 용택, 용석, 덕중, 태중 등 11명이었다. 

  

   산은 단풍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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