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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만제(서호공원)

평상시 서호공원 이야기를 찾아서

by 仲林堂 김용헌 2019. 2. 24.

새해를 맞이한지 엊그제 같은데 거의 2월 하순이다. 시간은 쏜살같이 인생의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앞으로 갈 길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큰 손자 재훈이가 올해 초등학교 입학한다고, 할머니께서 책가방을 사준다고 해서 작은아들식구들이 오늘 오전에 우리집에 왔다. 오후에 수원역 롯데백화점에 가서 먼저 며느리가 내게 운동화를 사 준다. 이어서 할머니가 재훈이 가방을 샀다. 나는 재훈이 가방을 사기 전에 미리 집으로 돌아 와 군고구마로 점심을 대신하고 나서 카메라를 메고 서호공원으로 갔다.


어떤 특별한 날은 자주 없으며 평상 시가 많다. 겉으로 스쳐 보면(看) 잘 보이지 않고 목적을 가지고 보면(觀)하면 보인다. 관(觀)을 넘어 세심하게 살피어 보면(察) 끄집어 낼 이야기가 그 속에 있다. 그 꺼리를 찾아 내는 것도 하나의 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실력을 키워본다는 마음으로 운동 겸 서호를 찾았다. 사진을 보면서 오늘의 이야기를 한다.


누군가가 새집을 서호공원 벚나무 가지 위에 놓았다. 새가 살 고 있을 가? 궁금했다. 멋으로 달아 놓은 것은 아닌가 했다. 이런 호강스런 집을 찾이한 새는 얼마나 될 가? 수천마리의 새 중에서 딱 2마리뿐이다. 조상 잘 만나는 운은 그리 흔하지 않다. 


새집 뚜껑을 열어 보니 그 속에 새끼를 기른 흔적이 보인다. 꾸밈(文)으로 해 놓은 게 아니다.


서호저수주 둘레길이다. 둘레길 안쪽으로 보드블록이 있는 큰 길도 있다. 큰 길을 가는 사람도 있고 이렇게 좁은 길을 가는 사람도 있다. 누가 더 좋은 길을 간다고 할 수 있을 가? 정답은 없으나 오솔길도 쏠쏠할 것 같다.


칠손이나무 껍질은 벗겨지고 흰곰팡이가 펴 있다. 깍지벌레 피해가 아닌가 생각했다. 사람도 살다보면 병들어 일찍 가기도 한다.


깍지벌레가 아니고 버섯이었다.

 

어렷을 때 가지럼나무라고도 했고, 100일 동안 꽃이 핀다고 해서 백일홍나무라고도 부르는 배롱나무이다.


이 나무의 두 가지가 서로 붙어 있다. 이런 나무를 연리지(連理枝)라고 부른다. 연리지라면은 원래는 효성이 지극함을 나타냈으나 현재는 남녀 간의 사랑 혹은 짙은 부부애를 비유하는 말이 되었다. 서호공원에 연리지가 있다는 것도 새로운 사실이 아닌가 싶다.


서로 붙은 부분을 접사하여 촬영하니 겉으로는 딱 붙었다. 속으로 통했는지는 알 수 없다.


서호공원 동쪽 철로변 정원에 있다. 이 나무가 연리지가 있는 배롱나무이다.


봄까치꽃이 서호제방 따뜻한 양지 바른 곳에 피었다. 가운데 연청색으로 보이는 꽃이다. 이렇게 빨리 나도 놀라웠다. 아직 벌 나비도 없을 텐데 미리 피면 수정을 하고 번식하기도 어려울 텐데... 참으로 급하구나!  아마 노지에서 겨울에 피는 꽃 중에서 가장 먼저 피는 꽃인가 싶다. 


서호 제방에 물푸레나무이다. 제방 위로 사람들이 날이 풀리자 걷고 있다. 꼭 오래 살려는 것은 아니지만 건강하게 살려고 나왔다.


손잡고 가는 남과 여, 그 팔에는 사랑도 함께 흐르고 있다.


소나무 아래에 산보객들이 가고 있다. 그들의 마음 속에는 언제나 청솔과 같이 늘 푸르고 싶을 게다.


서호저수지 가운데 있는 인공섬이다. 철새가 수천마리이다. 멀리서 보면 철새의 낙원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가까히 가 보면 철새 똥으로 나무도 고통받고 땅도 몸살을 알고 있으니 지옥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편 철새의 가장 무서운 천적인 사람의 접근이 없기만 하면 그것만으로 천국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흰빰검둥오리 무리가 한가롭게 물결을 가르고 있다. 누구 하나 해꼬지 없으니 철새가 텃새가 되려고 하고 있다.

 

저 여기산 아래가 내가 젊었을 때 근무했던 곳이다. 43년이란 세월이 엊그제 같으니 참으로 쏜살같이 흘러 갔다.


북쪽 끝으로 서호천이 있고, 가운데 적색의 높은 건물이 농민회관이다. 옛 흔적은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하나의 뜬 구름과 같이 없어질 존재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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