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인은 의(義)보다는 이(利)를 먼저 생각한다. 군자는 손해를 볼 줄 뻔히 알면서도 의(義)에 따르니 보통 사람이 보면 때로는 바보같이 보인다. 그러나 깊이 보면 그런 사람이 진정한 군자(君子)이다. 공자는 안회(顔回)가 바보 같았으나 사적으로 하는 일을 살피니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영무자(甯武子)는 위험을 무릅쓰고 나라를 잃은 임금을 받들어 어리석게 보였으나 진실로 어진 사람이었다. 김수환 추기경도 불의와 대결한 어진 바보였다.
공자(孔子)가 "안회(顔回)를 만나 하루 종일 이야기하며 하나도 어긋나는 일이 없어 바보 같으나 물러간 뒤 사생활을 보니 하는 일이 어리석지 않았다(子曰 吾與回로 言終日에 不違如愚러니 退而省其私혼대 亦足以發하나니 回也不愚로다)"고 했다. 안회는 공자의 말씀을 들음에 이해되고 깨달아서 닿는 곳마다 막힘이 없었기 때문에 아무 질문이 없으니 혹시 바보가 아닌가? 했던 것이다.
또 증자(曾子)는 "능(能)하면서 능하지 못한 이에게 물으며, 많으면서 적은 이에게 물으며, 있으면서도 없는 것처럼 여기며, 가득해도 빈 것처럼 여기며, 남이 잘 못을 범해도 따지지 않았던 예전에 나의 친구가 있었다.(曾子曰 以能으로 問於不能하며 以多로 問於寡하며 有若無하며 實若虛하며 犯而不校를 昔者에 吾友嘗從事於斯矣러니라)"고 했다.
그 친구가 안회를 두고 말한 것이다. 증자는 안회를 직접 바보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행동으로만 보면 보통 사람과 다르다. 능하면서도 능하지 못한 사람에 묻고, 많으면서도 적은 이에 묻고, 남이 나에게 잘 못을 범해도 따지지 않으니 이런 행동은 자신이 능한 것을 잊은 체 순수한 마음을 가진 바보 같은 사람이 하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안회는 단명하여 일찍 죽었다. 빈곤하고 불우하였으나 개의치 않고 성내거나 잘못한 일이 없으므로, 공자 다음 가는 성인으로 받들어지고 있다.
공자님께서 말씀하시길, "영무자(甯武子)는 나라에 도가 있을 적에는 지혜로웠고, 나라에 도가 없을 적에는 어리석었으니 그 지혜는 미칠 수 있으나 그 어리석음은 미칠 수 없다 (子曰 甯武子邦有道則知하고 邦無道則愚하니 其知는可及也어니와 其愚는 不可及也니라)"고 했다.
영무자는 춘추전국시대 위나라 사람으로 문공과 성공 때 대부 벼슬을 했다. 나라에 도가 있었던 문공 때는 태평하여 할 만하는 것을 보고 움직이니 지혜로웠고, 성공 때는 나라를 잃는 지경에 이르자 지혜롭고 재주 있는 사람들이 위험을 염려하여 피하고 즐거워하지 못하는데 영무자는 어려움을 무릅쓰고 몸을 받쳐 임금을 받드니 어리석게 보였다. 그러나 마침내 자기 몸을 보전하고 임금을 구제하였으니 영무자는 어리석었다고 할 수 없다. 이것은 곧은 것은 내에게 있고 굽은 것은 남에게 있음을 보지 않고 더불어 따지지 않으며 남과 내가 간격이 있음을 보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김수환 추기경도 별명이 바보이지만 어진 사람으로 칭송을 받고 있다. 2007년 8월 김 추기경은 동성중·고 개교 100주년 기념전에 그림 1점을 출품했다. 크레파스로 얼굴을 그린 뒤 아래 여백에 '바보야'라고 썼는데 그의 자화상이었다. 이후 '바보'가 김 추기경의 별명이 됐는데 그는 평생 사랑과 나눔을 실천했으며 생전에 자신을 바보라 칭하며 가장 낮은 곳에 서려했다.
우리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걸 흔히 볼 수 있다. 쓴 걸 알면서도 뱉지 않는 사람이 바보 같은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어떤 역경에서도 본심을 잃지 않고 하늘이 준 이치에 따른다. 정도(正道)가 아닌 지름길로 가는 사람은 바보 같은 사람이 될 수 없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사람만이 바보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 본래 하늘로부터 받은 성품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바보 같은 사람은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희망의 등불이며, 본받아야 할 거울이다.
오산시 궐동 화성권리사에 있는 공자상 옆에 안치한 안자 석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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