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생각

의식은 겉치레보다는 정성으로 치르자(논어 팔일편 제4장)

by 仲林堂 김용헌 2019. 2. 8.

설이 엊그제 지났다. 설과 추석 명절에는 서로 흩어져 사는 가족이 고향을 찾아 같이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는 것이 우리의 오랜 전통 문화이다. 그런데 제사 음식 차리기가 힘들다며 제사 지내지 말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설과 명절 차례(茶禮)는 돌아가신 날 올리는 기제사와 달리 하나의 차를 올리는 의식으로 제사라고 하지 않고 차례(茶禮)라고 하지만 요즘 차례 의식이 변질되어 진수성찬을 차리는 폐단이 없지 않다. 공자께서도 이에 관하여 논어 팔일편제4장에서 다음과 같은 말씀했다.

 

노나라 사람 임방은 당시 예가 겉치레로 일삼는 것을 보고 예의 근본이 그렇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임방이 예의 근본을 공자에게 묻는다(林放問禮之本 한데).”

공자가 훌륭한 질문이다(子曰 大哉이여)”하고,

예는 사치하기 보다는 검소하여야 하고, 상사는 형식적으로 잘 치르기보다는 차라리 슬퍼해야 한다(與基奢也寧儉이요. 與其易也寧戚이니).라 대답한다.

 

그 당시에도 예를 행할 때 절차와 형식은 익숙하나 애통하고 서글퍼하는 일이 없었다. 사치와 형식은 지나치고 검소와 애통함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주자(朱子)어류(語類)에서 관례(冠禮), 혼례(婚禮), 제례(祭禮)는 모두 사치하기보다는 차라리 검소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오직 상례(喪禮)만은 너무 검소하게 할 수 없으므로 잘 치르기보다는 차라리 슬퍼해야 한다고 했다.

 

요즘 장례식장에 문상 가서 보면 슬퍼서 곡을 하는 사람을 거의 찾을 수 없고 의식은 형식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장례의식 절차는 상주가 몰라도 장례식장에서 돈만 내면 쉽게 알아서 처리를 해 준다. 상주나 문상객도 슬픔보다는 어떻게 손쉽게 치루냐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제례도 조상을 생각하는 마음보다 제물은 잘 차리는데 관심을 두지 않나 생각이 들 정도로 형식에 치우치고 있다. 이는 남에게 잘 보여주는 하나의 과시이며 겉치레이다정성만 있으면 검소함은 흠이 될 수 없다. 이제 우리의 의식도 겉치레에서 벗어나 정성으로 검소하게 치룬다면 우리의 제례 전통문화도 폐단을 줄이며 잘 계승하지 않을 가 한다.


한 세일사의 상차림이다. 정성스러움이 드러나지만 보통 사람들이 차리기에 너무 많은 제물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