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송나라를 세울 때 태조를 도와 송나라의 명재상이 된 조보(趙譜)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많이 배우지 않았으나 총명했다. 아무리 어려운 일도 쉽게 풀어내는 재주가 있었다고 한다. 그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면 자기 방에서 혼자 무슨 책을 보았다고 한다. 그가 죽은 후 가족들도 무슨 책을 보았나 궁금해 그 비밀의 문을 열어 보니 다른 게 아니라 "논어" 책이였다고 한다. 조보는 논어로부터 정치의 지혜를 찾았던 것이다.
논어는 2천년 전의 공자님의 말씀을 제자들이 옮긴 책이지만 그 속에는 많은 삶의 지혜가 들어 있다. 나는 지난해 4월부터 논어공부를 하고 있다. 논어는 20편으로 되어 있다. 오늘부터 매편 마다 하나씩 골라 논어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논어 학이편 15장에 공자와 자공이 아래와 같이 나눈 대화가 있다.
子貢曰 貧而無諂하며 富而無驕 何如하니잇고
(자공이 여쭸다. "가난하면서도 아첨함이 없으며 부유하면서도 교만함이 없다면 어떻습니까?")
子曰 可也나 未若貧而樂하며 富而好禮者也니라
(공자께서 대답하시길 "그것도 괞찮으나 가난하면서 즐거워하며, 부자면서 예를 좋아하는 자만 못하다")
자공은 공자의 제자로 언어에 뛰어났으며, 총명한 자질로 이재에 밝아 공자의 제자 중 가장 부유하여 공자를 재정적으로 후원했다. 그는 아마도 자신이 부유했기 때문에 가난한 자는 아첨하지 않고, 부유한 자는 교만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공자께 여쭌 것이다. 이에 대하여 공자께서는 그것도 좋으나 가난해도 즐거워하며, 부자이면서도 예를 좋아하는 것만 못하다고 했다. 가난하면 비굴해지기 쉬어 아첨하기 쉽다. 가난하면서도 아첨하지 않는 것은 당당한 삶이라고 할 수 있다. 부자는 교만해지기 쉽다. 교만하지 않다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자공은 가난한 자 아첨하지 않고 부자는 교만하지 않으면 할 도리로 족하다고 생각했으나 공자께서는 그보다 한 단계 높여 가난하면서 즐거워하라, 부자면서 예를 잘 지키라고 대답한 것이다.
가난하면서 즐겁기는 더욱 어렵다. 안회는 한 표주박의 밥과 물 한 그릇으로 즐거웠다고 하나 보통 사람은 쉽지 않다. 그렇게 살 수는 없더라도 소유를 통한 행복이 아니라 무소유하면서 행복을 찾으라는 의미로 받아야 들어야 하지 않을 가 생각해 본다. 주자는 논어 집주에서 "즐거워 한다면 마음이 넓고 몸이 펴져서 그 가난함을 잊을 거이요(樂則心廣體胖 而忘其貧)"라고 했다. 부자면서 예를 지키지 못하는 대표적 사례가 갑질이다. 부자면서 예를 실천하는 사람이 인격자라고 할 수 있다.
子貢曰 詩云如切如嗟하며 如琢如磨라하니 其斯之謂與인저
(자공이 대답했다. "시경에서 말하기를 절단해 놓고 다시 그것을 갈 듯하며, 쪼아서 다시 곱게 연마한 듯하다."하였으니, 아마 이것을 말씀하신 것이지요")
자공께서 공자님의 대답을 듣고, 시경을 인용하여 더욱 갉고 닦아야 한다는 뜻이 선생님의 말씀이지 않느냐고 대답한 것이다. 하나의 옥을 만들려면 바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짜르고 갈고 연마해서 만들게 된다.
子曰 賜也는 始可與言詩已矣로다. 告諸往而知來者온여
(공자께서 자공에게 말씀했다. "시를 말할만 하구나. 지나 간 것을 말하니 올 것을 아는 구나")
이것은 공자께서 자공이 막힘이 없이 시경을 이용하여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공자가 자공을 칭찬한 말이다.
요즘 세상은 경쟁이 치열하여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을 밟고 넘어서려는 사람들이 많다. 이제 욕심을 끊어내고 가난하면서 아첨하지 않고 부유하면서 교만하지 않게 살아야 할 것이 아닌가? 아니 나아가 공자님께서 말씀하신 가난하면서 즐거웁고, 부유하면서 예를 지킬 줄 아는 세상을 우리는만들어야 할 것이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구스다브 비길란의 조각공원 중앙 상징 조각탑이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밟고 끌어내리고 오르고 있다. 이런 세상을 공자께서는 걱정하신 것이다. 예를 지켜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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