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에는 시대를 뛰어 넘어 삶에 지혜를 주는 주옥같은 말씀이 많다. 그 말씀은 대부분 지금도 훌륭한 말씀이지만 극히 일부는 오늘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 논어 이인편(里仁편)18장-20장에 다음과 같은 공자님의 말씀이 있다.
제18장 子曰 事父母호되 幾諫이니 見志不從하고 又敬不違하며 勞而不怨이니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부모님을 섬길 때는 살며시 간(諫)해야 하니, (부모님) 뜻을 따라 주지 않더라도 더욱 공경하고 어기지 않으며, 수고로워도 원망하지 않아야 한다.)
위 내용 중에서 부모님의 뜻을 따라주지 않더라도 더욱 공경하고 어기지 않는 다함은 그럴 수도는 있으나 요즘 젊은 세대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농경사회에서는 배우고 아는 게 농사라서 경험이 많은 부모님이 많은 지식을 가지며 권위도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산업사회에서는 젊은이가 어르신보다 앞서가기 때문에 부모님의 말씀을 따를 수만은 없다. 어쩔 수 없이 부모님의 뜻을 어기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공자님이 살았던 시대는 농경사회와 달리 지금은 산업사회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디지털 정보화 시대이다. 농경사회에서 경쟁은 그렇게 심하지 않았으나 현대 사회에서는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사회에서는 많은 지식을 쌓아야만 지혜롭게 살 수 있다. 지금 사회에는 자식이 부모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부모보다 더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다. 뿐만아니라 부모가 시키는 교육은 피동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자유분방한 능동적인 배움이 되기 어렵다. 현대교육은 아이들을 교육할 때 가둬 기르지 말고 방목하라는 말이 있다. 그래야 창의력이 높은 인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제19장 子曰 父母在어시든 不遠遊하며 遊必有方이니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부모가 계시면 멀리 가지 말며, 나갈 때는 반드시 장소를 알려야 한다.)
위 말씀도 농경사회에서는 적용할 수 있으나 넓은 지역에서 흩어져 살고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부모님과 함께 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지금 시대에 적용이 어렵다.
제20장 子曰 三年을 無改於父之道라야 可謂孝矣니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3년을 아버지 도(행실)을 고침이 없어야 효(孝)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위 말씀은 공자가 살았던 시대에는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자식은 부모님의 말씀에 따라야 하고 자기 마음대로 못하고, 아버지가 죽고 나면 자식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그러나 3년간은 아버지를 사모하여 살아 계실 때와 같이 하라는 것이니 돌아가신 후 3년간은 아버지 말씀을 따른다는 것이다. 이것이 효자의 마음이나 현대사회에서는 그런 마음으로만 살아가기 어렵다. 지금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데 부모가 돌아가신 후 3년까지나 새로운 일을 하지 말고 아버지 뜻에 따라 하라고 하는 것은 지금 시대와 맞지 않는다.
공자님께서 위에서 말씀하신 우경불위(又敬不違)와 노이불원(勞而不怨), 불원유(不遠遊)와 유필유방(遊必有方), 무개어부지도(無改於父之道)는 효(孝)의 몇 가지 실천방법이다. 실천방법이란 환경에 따라 변할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효(孝)는 인(仁)의 근본이라는 진리는 고금동서 변함이 없는 것이니 몇 가지 실천 방법의 부적합이 있다하여 효에 대한 가치를 절대 폄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극한 효자로 알려진 서포 김만중의 정려각과 석상이다.
'나의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나? (0) | 2019.03.28 |
---|---|
바보 같은 사람 (0) | 2019.02.20 |
의식은 겉치레보다는 정성으로 치르자(논어 팔일편 제4장) (0) | 2019.02.08 |
배우며 생각하자 (논어 이야기 위정편) (0) | 2019.02.07 |
가난하면서 즐거워하며, 부유하면서도 예를 지키자. (0) | 2019.02.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