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선진편 25장을 보면 자로, 증석, 염유, 공서화가 공자님을 모시고 앉아 있을 때 공자는 제자들에게 “내가 나이가 많다고 어려워하지 말고 자신이 어떻게 써지고 싶냐”고 말해보라 했다.
먼저 자로는 "작은 나라가 전쟁의 위험이 있고 기아(飢餓)까지 들었을 때 나에게 나라를 다스리라면 3년 만에 백성이 용맹하도록 하며 의리가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子路 率爾而對曰 千乘之國 攝乎大國之間 加之以師旅 因之以饑饉 由也爲之 比及三年 可使有勇且知方也).
그 다음에 염유는 "나에게 작은 나라를 다스리게 한다면 3년 만에 백성들을 풍족하게 살게 할 수 있으나 예악(禮樂)은 군자들에게 맡기겠습니다."고 했다. (方六七十 如五六十 求也爲之 比及三年 可使足民 如其禮樂 以俟君子).
이어서 공서화는 "자신이 능하지 못해 배우기를 하겠으며 종묘의 일을 하며 임금을 돕는 작은 일을 하고 싶습니다."고 했다.(非曰能之 願學焉宗廟之事 如會同 端章甫 願爲小相焉).
마지막으로 증석은 위 3사람과 다르다며 다음과 같이 "늦은 봄 봄옷이 만들어지면 어른 5-6명과 동자 6-7명과 함께 기수에서 목욕하고 무우에서 바람 쐬고 노래 부르며 돌아오겠습니다."고 그의 포부를 말했다. (莫春者 春服旣成 冠者五六人 童子六七人 浴乎沂 風乎舞雩 詠而歸).
어떤 삶을 사느냐? 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자로나 염유와 같이 정치를 펼치고 싶은 사람도 있고, 공서화와 같이 자신은 능력이 없다며 배우며 작은 돕는 일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 또 증점과 같이 자연과 함께 하루하루를 즐기면서 살고 싶은 사람도 있다.
이 들 중에서 앞에 3사람은 비교적 자신의 구체적인 목적 실현을 삶의 목표로 삼고 있다. 반면 마지막으로 이야기한 증석은 앞의 세 사람과 달리 내가 처한 처지에서 일상의 떳떳함을 즐기고자 하는 마음으로 온천에 가서 목욕하고 바람 쐬고 싶다고 했다. 증석은 앞 세 사람의 삶이란 일에 매이는 삶이라고 보고 한가롭게 자연스러운 가운데 천지 만물과 더불어 흘러가며 살아 갈 때 삶의 묘미가 있다면서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자로나 염유와 같이 어떤 큰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소기의 목적을 실천할 때 보람을 얻으며 행복을 얻게 된다. 그 목표가 높으면 그 만큼 실천은 쉽지 않은 것이며, 보람은 실천이 어려울수록 크다. 공서화와 같이 자신이 능력이 없음을 인정하고 배우고 싶다하며, 작은 일을 하며 살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증석의 삶과 같이 일상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살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목표의 실현이 없으면 보람이 없는 삶이 되지 않을 가 생각된다.
근래 평균수명이 늘어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서 운동을 하거나 등산하며 체력 키우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적당한 운동은 좋지만 운동이 하나의 주된 일상이 되고, 때로는 그게 목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생활이란 목욕하고 바람 쐬는 증석의 삶과 같이 일상의 행복을 찾으며 천하 만물과 함께 하는 고차원의 삶이 될 수도 있다. 한편 생각하면 이런 삶은 하루하루 행복할 수 있어 그만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크게 보면 성장하는 삶이라고는 볼 수 없다.
자로나 염유와 같은 삶은 능력이 있는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고 또한 실천이 어렵다. 보통 사람으로는 공서화와 같은 삶을 사는 것이 좋지 않을 가 생각이 든다. 보통 사람은 능력이 부족하니 배우며 실천 가능한 작은 목표를 세운다면 좋을 것 같다. 특히 어제보다는 오늘이 좋고,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좋은 삶이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성장하는 삶을 살면 더 좋을 것 같다. 하루 배움은 작지만 하루하루가 쌓여 몇 개월, 몇 년이 지나 어느 사이에 높이 올라가 있는 삶을 기대하며 오늘 하루를 살면 좋지 않을 가 싶다.
옛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정원에 핀 영춘화(迎春花)이다. 누구의 돌봄도 없이, 누가를 위하여서가 아니라 다른 천지만물과 함께 봄이 되어 제 자리에 자신의 역활을 하고 있다. 또한 매년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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