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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만제(서호공원)

서호공원의 설경

by 仲林堂 김용헌 2018. 12. 14.

어제 12월 13일 오전에 펑펑 눈이 내렸다. 적설량은 3-4cm로 많지 않다. 수원에서 눈은 드문다. 눈이 녹기 전 바로 촬영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했고, 눈이 녹아 어제만 못하지만 오늘 (12월 14일) 아침 9시경 추운 날씨에 카메라를 들고 서호공원으로 갔다. 눈은 나무에는 이미 녹아 없으나 땅에는 남아 있었다. 구름다리를 지나 시계 반대방향으로 한 바퀴 돌면서 촬영했다.


새싹교와 나란히 있는 나무다리다. 재질이 나무라서 사람에게 친함이 묻어 난다.  


길은 모둥이를 돌아 저수지 둘레를 따라 간다. 앞으로 다가 올 미래는 어떨가? 호기심을 불러낸다.


저수지 둘레에 갈대는 햇살에 고풍스런 자태를 보이고 있다. 남들은 그냥 때가 되면 이런 날 올거라 생각할지 몰라도, 자신은 오늘이 있기 까지 물가에서 봄 날에는 꽃 피고 지고, 여름 날에는 청춘가 불렀고, 그리고 가을 단풍 다 보냈고, 이제 찬서리를 맞으며 찬바람 부는 오늘까지 기다렸다고 말할 거야.

     

눈길은 공기가 차지만 마음은 시원하다. 지저분한 것 다 덮어버리고 백지에 그림을 그린다. 처음처럼으로 돌아 간다. 

 

서호제방에 늠는하게 서 있는 팽나무다. 하나의 뿌리에서 큰 줄기가 나오고, 그 줄기에서 여러 가지가 나오고, 그 가지에서 또 여러 가지가 나왔다. 이렇게 여러 차례 늘려 나가니 성대하다. 이런 생애라면 여한이 없을 것만 같다.  


언제나 푸른 소나무가 오고 가는 나그네의 벗이다. 소나무가 없다면 쓸쓸한 길이 되었을 것이다. 

  

쭉 뻗은 제방 길도 시원하다. 갈대가 멋을 더 해주고 있다. 

 

갈대가 앞쪽에 자리잡고, 뒤에 눈 덮힌 논이다. 논과 갈대는 가로로 나누고, 논은 세로로 나누고 있다.  


맨 앞에는 눈이 띠를 만들고, 그 뒤에 그림자가 드리우고, 그 다음에는 갈대, 그리고 저수지 물, 산, 그리고 맨 뒤에 하늘이다. 층층이 만든 하나의 가로 패턴이 있다.  


제방 위에 우뚝 선 물푸레나무 위로 철새가 날으고 있다. 뒤에 보이는 산은 팔달산이다. 제방, 오로운 나무, 철새 등 여러가지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오던 길을 뒤돌아 본다. 지나온 길이 아득하지만 청춘은 엊그제만 같다.


철새들이 논에 앉아 있다. 저 많은 새들이라면 다 줏어 먹어 이제 먹을 것도 없을 텐데, 사람들이 모르는 무엇인가 먹을 것이 있는지도 모른다.


낙옆이 눈 속에 파묻혀 있다. 낙엽이 눈이 왔음을 알기나 할 가?


서호공원 저수지 안에 있는 인공섬이다. 이 섬은 철새가 주인이다. 철새 개체수가 많아 감당을 못하고 있다.


청둥오리 세 마리가 한가롭게 물을 타고 있다. 요즘 철새는 대부분 흰뺨검둥오리이다.

 

공원에서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가면서 눈 덮힌 구름다리를 잡아 보았다. 다 하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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