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공원에 나그네들
지난 며칠간 서호공원 저수지에 찾아 온 수천마리의 흰뺨검둥오리
살기좋은 명당인줄 알았고 터를 잡는 가 했다.
그런데 어제밤 갑자기 찾아온 동장군에 놀라 진로를 걱정하고 있다.
저수지 제방 위에
노송은 삭풍에도 흔들림 없이 공원을 지키고 있다.
물풀레나무 한 그루는 손님을 환송하고 있다.
한 나그네 철새 무리 속으로 들어가 본다.
그들도 다르지 않았다.
둘 다 잠시 여행 온 나그네다.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며
서호공원을 무대 삼아 그림 한폭을 그리고 있다.
마무리를 못하고 구름 속으로 숨어버린다.
오늘 하루도 가고 있다.
해도 가고 철새도 가고 있다.
태극이 한 순간도 쉼 없이 가듯 우리도 또한 가고 있다.
서호 저수지에 철새들이 수천마리가 몰려들었다.
일부 철새는 무리를 지어 남쪽나라로 떠나고 있다.
언제나 푸른 노송 동장군에 끄떡하지 오고 가는 철새를 바라 보고 있다.
가을을 보낸 물푸레나무 이제는 철새와 이별을 하고 있다.
서산으로 넘어가는 해는 하루를 마치면서 한폭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둥근 해가 구름에 빠져 제 모습을 잃고 있다.
오늘 하루도 가고 있다. 해도 가고 철새도 가고 있다. 우리도 또한 가고 있다.
일출만 아니라 일몰도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
우리네는 쓸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런 아름다운 노을을 만들기도 한다.
天地萬物爲一體 (천지 만물은 일체이다) 莫非己也(자기가 아닌 것이 없다)이라고 했다. 우리나 철새 같은 것 딱 한번밖에 없는 생이다.
낮은 가고 밤이 오고 있다. 음이 차면 줄어들며, 양이 나오고, 양이 다 차면 음으로 돌아간다. 바로 태극이다. 한 시도 쉼이 없이 태극은 돌아가고 있고, 우리네도 그렇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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