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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해석

금강산 입석봉 아래 암자에서 시승(詩僧)과 김삿갓의 공음(共吟)

by 仲林堂 김용헌 2017. 5. 7.

김병연(金笠: 김삿갓, 1807-1863)이 금강산으로 들어가 임석봉 아래 암자에 머물고 있었던 시를 잘 하는 노승을 만나 시작(詩作) 겨루기를 했다. 그 때 스님이 한 귀절을 지으면 그 시에 대장(帶仗)하여 김삿갓이 시를 지었다. 그 싯귀가 빼어나 나의 소감을 적는다.

 

스님: 朝登立石雲生足  아침에 입석봉을 오르니 구름이 발 아래에서 일어난다.

삿갓: 暮飮黃泉月掛唇  저녁에 황천물을 마시니 달이 입술에 걸리더라.

소감: 아침-저녁, 오르니- 마시니, 입석-황천, 구름-달, 일어나다-걸리다. 발-입술로 대장이 된다. 스님은 입석봉에 오르니 구름이 발아래에서 생기다라고 하자 삿갓은 황천물을 마시니 달이 입술에 걸린다고 했다. 스님은 자연을 그대로 표현했지만 삿갓은 황천의 물속에 빗춘 달을 마시니 달이 입술에 걸치더라는 은유로 작시를 했다. 

 

스님: 涧松南臥知風北  골자기 소나무 남쪽으로 누워있으니 북풍이 부는 걸 안다.

삿갓: 軒竹東傾覺日西  집 대나무가 동향으로 기울어있으니 해사 서쪽에 있는 걸 안다.

소감: 골자기-건물, 소나무-대나무, 남-동, 눕다-기울다, 알다-깨달다. 바람-해, 북-남으로 대장이 된다. 스님이 소나무를 보고 바람을 이야기하니, 삿갓은 대나무 그림자를 보고 해가 저문얼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스님: 絶壁雖危花笑立 절벽에 비록 위태로운 꽃이 웃으며 서 있다.

삿갓: 陽春最好鳥啼歸 볕드는 봄이 가장 좋은 시절이지만 새는 울며 돌아간다.

소감: 절벽-양춘, 비록-최고, 위험-좋음, 꽃-새, 웃다-울다, 서있다-돌아간다. 대장이 잘 되었다. 스님이 절벽에 핀 꽃은 위태롭지만 웃고 있다고 했을 때, 삿갓은 좋은 봄 날 새는 가장 좋은 시절이지만 새는 울고 있다는 표현이 참으로 틀리지 않는 사실을 이용한 위트가 있는 대답이다.  

 

스님: 兩姓作配己酉日最吉 양성이 짝을 이루려면 기유일이 최고 길일이고

삿갓: 半夜生孩亥子時難分 한밤중에 아기 낳으려면 해자시가 어렵도다.

 

스님: 影侵綠水衣無濕 그림자가 푸른 물속에 잠겼으나 옷은 젖지 않는다.

삿갓: 夢踏靑山脚不苦 꿈속에 청산을 걸었으나 다리가 아프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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