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더위도 어제 소나기가 지나더니 한풀 꺾기는 듯하다. 올 여름 우리 가족을 더위로부터 지켜줬던 선풍기도 이제 임무를 거의 마칠 날도 멀지 않았다. 우리네는 여름이 물러가면 바로 가을이고 이 해도 멀지 않았으니 가는 세월이 아쉽지만, 선풍기는 올 한해도 임무를 맡치고 명예롭게 한 살을 더 먹는 것 같다.
전자제품은 몇 년 만 지나면 값싸고 편리한 새로운 것이 나와 수명이 짧으나 우리 집 선풍기 수명이 질기다. 1978년 아버지께서 신혼살림을 살 때 오셔 선풍기도 없냐며 돈을 주셔 사와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으니 올해로 37살이 되었다. "금성" "골드스타"란 상호이다. 금성 LG전자의 회사 이름이고, 골드스타는 회사의 상품마크(심벌)이다. 뒤편에도 바람이 나온다는 역풍선풍기로 그 당시에 선전을 많이 탔었다. 타이머 작동은 10여 년 전부터 못하지만 좌우 회전은 지금도 잘 돌아가고 있어 사용에 어려움이 없다. 110V 때 사용하여 소형변압기로 220V로 전환시켜 사용하고 있다. 모터를 덮고 있는 플라스틱이 조금 흠집이 나 있으나 이것도 작동에는 지장 없다. 오랜 세월 보물과 같이 우리 집을 지켰던 이 선풍기가 올 해 새로운 선풍기에 밀려 날 뻔 했었다. 집사람이 시원한 바람이 잘 나온다고 하는 선풍기 하나를 한 달 전 구입했으나 소리가 너무 크다고 다음 날 반품을 시켰다.
나는 15층 아파트로 살고 있으며 동서로 바람이 잘 불어 에어컨이 꼭 필요한 날이 연간 며칠밖에 안되어 에어컨 살 계획은 없고, 앞으로도 이 선풍기를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사용할 것이다. 이 선풍기는 자신의 능력으로 스스로를 지켰고, 그리고 주인인 우리는 그를 알고 합당한 대우를 해주고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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