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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해석

백련초해(百聯抄解) 중에서 골라 본 싯귀

by 仲林堂 김용헌 2015. 7. 7.

백련초해(百聯抄解)는 하서 김인후(1510-1560)가 한시를 처음 배우는 초보자를 위하여 중국의 유명한 7언고시(七言古詩) 중에서 연구(聯句) 100수를 뽑아 글자마다 음(音)과 훈(訓)을 달은 한시입문서(漢詩入門書)이다. 100수 하나 하나가 주옥같다. 그 중에서 몇개를 뽑아 보았다. 이들 시는 수천년간 갈고 닦아 쌓아 올린 상아탑과 같은 보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요즘 백연초해를 공부하면서 해석해보고 나의 느낌을 아래에 소개한다.

 

花不途春春自去 꽃은 봄을 보내지 않고 봄은 저절로 물러간다.

人非迎老老相侵 사람은 늙는 걸 반기지 않아도 늙음은 저절로 스민다.

이 시는 꽃과 사람을 대칭시켜 같으면서도 다른 것을 집어 내어 인생사를 자연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꽃이 봄을 보낸다는 착상도 쉽게 떠오르기 어려운 시어이다. 늙음은 저절로 스민다는 침(侵)도 뛰어난 표현이다.  

 

花落庭前憐不掃 정원에 꽃이 지면 가련하여 쓸지 못하고 

月明窓外愛無眠 달이 창밖에 밝으면 사랑하여 잠 못이룬다.

이 시는 꽃과 달을 대장(對仗)시킨 시이다. 꽃도 달도 서정을 대표하는 언어로 꽃과 달은 아주 대비에 적합하다. 꽃이 지면 쓸지 못하며 달이 뜨면 잠 이룬다도 톱니바퀴가 잘 맞게 돌아 간다.

 

月作利刀裁樹影 달은 날카로운 칼이 되어 나무 그림자를 재단한다.

春爲神筆畵山形 봄은 귀신같은 붓이 되어 산 모양을 그린다. 

달이 뜨면 산에 그림자가 드리우게 되고, 나무 그림자가 길었다 짧았다 움직이는 걸 나무 그림자를 재단하다고 했다. 달이 나무 그림자를 재단한다는 것은 놀라는 착상이다. 이에 대비하여 봄은 녹음을 짙게하고 꽃을 피우니 산에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신필이 되어 산에 그림을 그린다도 주옥같은 시어이다.

 

耕田野叟埋春色 밭가는 노인은 봄 기운을 묻고    

汲水山僧斗月光 물을 깃는 중은 달빛을 말질한다.

봄이 되어 밭을 갈면 푸른 풀은 땅에 묻히게 된다. 이것을 보고 봄 기운을 묻는다고 했다. 이에 댓귀로 지은 산 중이 물을 두레박으로 샘에서 뜨면 두레박 속에 달이 빛추게 되는 것을 보고 달빛을 말질한다고 했다. 춘색을 묻는다와 월광을 물질한다는 빛나는 보물과 같은 시어(詩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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