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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해석

역사가 흐르는 화석정(花石亭)

by 仲林堂 김용헌 2014. 10. 9.

강은 북에서 남으로 흘러 오다 파주시 파평면 율곡리 3리 산 100-1 화석정에서 돌아 북쪽으로 흘러 간다. 화석정에 오르면 흘러 오고  돌아 가는 강이 있고 그 강 건너에 산 봉오리가 한 폭의 그림이다. 우리 강산 어느 곳이나 강이 굽어 흐르는 곳에는 정자가 있다. 이곳 화석정도 그런 곳 중 하나다.

 

이곳은 일찍이 고려조 야은 길재가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이 정자는 율곡 이이(1536-1584년)의 5대조 이명신이 정자를 건립하였고, 율곡의 증조부 이의석이 1478년 증수하고 화석정이라고 이름붙였다. 임진왜란 때 1592년 선조가 의주로 피난 갈 때 불탔고 80여년간 빈터로 있다가 율곡의 후손들이 1673년 재건하였다. 그 후 6.25전쟁에 다시 불타없어졌고, 1966년 파주의 유림들이 성금을 모아 재건했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왜의 침략에 선조 25년(1592년) 음력 4월30일 새벽2시경 선조는 융복에 주립을 눌러 쓴 차림으로 창덕궁 인정전에서 호위병도 없이 말을 탔다. 선조와 함께 신성군, 정원군, 몇몇 종친, 의정부 정승, 6조판서 등 100여명이 의주로 피난길에 올랐다. 임진강에 도착하니 왜가 한강 가까이 왔다는 소문에 다들 피난 가서 배가 없어 상류까지 모으니 겨우 5척이었고, 배가 작아 왕비와 후궁이 가마에서 내려니 비에 젖어 다들 모습이 말이 아니었다고 한다. 음력 5월1일 동파역(진동면 동파리)에 서 머문 후 5월2일 개성에 도착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선조 일행이 임진강가에 도착하니 칠흑같이 어두웠다. 그때 화석정을 불에 태워 환히 비추게 하여 무사히 임진강을 건너 의주로 피난 갈 수 있었다"고 이야기가 전해 내려 오고 있다.

 

창덕궁에서 파주시 파평면 율곡3리 화석정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50km가 된다. 왕비와 후궁은 가마를 타고 갔으니 걸어서 50km까지 가는 시간은 시간당 4km를 걷는다면 13시간이 걸린다. 새벽2시에 출발했으니 화석정에 도착한 시간은 쉬는 시간도 3-4시간이 있다고 보면 그날 오후 6-7시경으로 추정된다. 배가 없어 상류까지 찾았다고 하니 배를 찾고 도강을 기다리다 해가 저물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석정에 불을 놓은 시간은 아마 저녁 8-9시가 되지 않했을 가 생각된다. 임진강에 도착할 때는 칠흑같이 어뒀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을 것 같다. 낮에 도착했으나 도강을 위하여 배를 구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있다보니 저녁 때가 되었을 것 같다. 음력 4월30이면 해가 길고 , 도강 후 화석정에서 3-4km 떨어진 동파역까지 간 후 숙박한 것으로 보아서 그렇다.     

 

전쟁 중에 문화재가 불 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임금의 도강을 돕기 위하여 불을 질렀다고하는 것은 군주시대에는 그럴수도 있겠지만 요즘 민본시대에는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자신을 위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남은 하찮게 보는 것이 아닐 가?  이런 사고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선조는 백성을 버리고  피난 길에 나선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화석정에 또 하나의 군주의 흔적이 있다. 바로 화석정이라고 쓴 현판이 박정희대통령의 글씨이다. 이곳에 현판이 걸린 사연은 잘 모르지만 나라를 버리고 피난 길에 오른 선조의 역사를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박정희대통령의 굳은 의지로 현판을 쓰지 않했을 가 생각해 본다.

 

화석정에는

본래 율곡 이이가 있었다.

도성을 버리고 피난 길에 군주 선조가 지났고

나라를 지킨 대통령 박정희가 머물고파 했다.  

 

그러나

그보다 화석적에는 본래 아름다움이 있었다.

율곡이 8살 때 다음과 같이 노래한 시가 걸려 있다.

 

나는 청색으로 된 글씨로 뜻 풀이 해보았다.

 

林亭秋已晩 임정추이만 

      林亭: 숲속 정자,  秋: 가을, 已: 이미, 晩: 저물 만, 저물었다.  

      숲속 정자에는 가을이 이미 가득하다.
騷客意無窮 소객의무궁

      騷客: 문인 (시인), 意 뜻 의, 無窮: 무궁

      시인은 끝없는 생각한다    
遠水連天碧 원수연천벽

      : 멀원, 連 연결할 연, 碧 푸를 벽

      멀리 물은 푸른 하늘과 연결되었다. 連: 연결하다로 동사이다.
霜楓向日紅 상풍향일홍

      雪: 눈 설, 楓: 단풍나무 풍, 向: 향하다. 紅: 붉을 홍

      서리내린 단풍은 붉은 해를 행하고 있다. 
山吐孤輪月 산토고륜월

      吐: 토하다. 孤: 외로운, 輪月: 바퀴 모양 달로 둥근달

      산은 외로운 둥근 달을 토해내고 있다.
江含萬里風 강함만리풍

      含: 머금다. 萬里: 만리, 風: 바람

      강은 만리 바람을 품고 있다.
塞鴻何處去 새홍하처거

      塞: 변방 새, 鴻: 큰기러기 홍, 何: 어찌 하, 處: 곳 처, 去: 갈 거

      변방의 기러기는 어느 곳으로 가는 가!
聲斷暮雲中 성단모운중

      聲: 소리 성, 斷: 끈을 단, 暮: 저물 모, 雲: 구름 운

      (기러기 울음) 소리 저녁 구름 속을 가른다.

 

이 시는 율곡이 8살 때 지었다는 8歲賦詩(8세부시)이다.  오언율시이다. 8살이 이렇게 훌륭한 시를 질 수 있을 가? 믿기지 않는다. 1-2구는 도입부로 화석정에서 시인이 여러 생각을 하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3-4구에서는 강물과 단풍을 이야기 하고 있다. 멀리 강물은 푸른 하늘에 맞닿았다고 노래하고, 단풍은 해를 향해 있다며 하늘과 맞닿은 것과 해를 향한 것과 대비를 이루며, 파란 하늘과 붉은 해도 역시 대비를 이룬다. 5-6구에서는 산은 달을 토해내고 있고, 강은 바람을 품고 있다고 했다. "산이 달을 토해낸다"와 "강은 바람을 품는다"는 참 멋 있는 詩語이다. 보통 사람들이 산이 달을 토해낸다고 생각할 수 없는 시어이다. 7-8구에서는 고향을 찾아 가는 기러기 이야기이다. 가을의 쓸쓸함을 기러기로 표현하고 있다. 이 시의 백미는 "기러기 소리가 구름을 斷(단:끊는다"이라고 생각된다. "기러기 소리가 구름 속을 가른다"란 정말 아름다운 표현이다. 8살에 이런 시를 지은 율곡은 과거에 9번 모두 장원급제하였다고 한다. 하늘이 내린 천재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임진강이 내다 보이는 화석정이다. 우측에서 흘러온 강은 좌측으로 흘러 돌아 나간다.

 

 서북방향에서 본 화석정이다. 여러 사람들이 정자에 안에서 쉬고 있고, 밖에서 경치를 보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쓴 현판이다. 절도 있는 글씨이다. 丙午는 이 정자를 이 지역 유림들이 재건한 1966년이다.  

 

화석정 앞에 옹기 종기 있는 앝으막한 산이 한 폭의 그림이 된다.

 

화석정 코 앞에 4차선 도로가 나 있다. 차량 소음이 어찌 심한지 소란하기 그지 없다. 역사가 있는 화석정은 소음 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이 아름다운 자연을 누가 팽캐치고 있나?  안타까울뿐이다.    

이 판액에 쓰인 시가 율곡 이이가 8살때 지었다는 8歲賦詩이다. 율곡이란 글자는 판액의 우측끝이 조그만한 글씨로 쓰어 있고 이 글씨를 쓴 사람은 朴一圭라 크게 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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