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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해석

황규동 시인의 물소리

by 仲林堂 김용헌 2013. 8. 23.

물소리 황동규(1938)

 

버스 타고 가다 방파제만 바다 위에 덩그러니 떠 있는

조그만 어촌에서 슬쩍 내렸다.

 

바다로 나가는 길은 대개 싱겁게 시작되지만

추억이 어수선했던가,

길머리를 찾기 위해 잠시 두리번댔다.

 

삼십 년쯤 됐을까, 무작정 바닷가를 거닐다 만난 술집

튕겨진 문 틈서리에 새들이 둥지를 튼

낡은 해신당 아래 있었다.

저쯤이었나?

나무판자에 유리도 없이 뚫어논 사각(四角) 창에

섬 하나 떠 있고

섬 뒤로 짧고 분명했던 수평선과 식힌 소주

생선 맨살과 주모의 낮은 말소리

그리고 아 물소리가 좋았다.

 

바다의 감각이 몸부림치며 바위에 몸을 던져

몸부림을 터는,

터는 듯 다시 몸을 던지는 소리.

다른 아무것도 안에 들이지 않고

저물던 바다의 실루엣,

원근 따로 없이 모두 한가지로 저물었다.

 

바로 이쯤이었지?

술집 사라지고 해신당 걷히고

나무 쪼가리 하나 보이지 않는 바위 사이로

물소리만 철썩이고 있었다.

머뭇거리자 부근 어디에 사는 물샌가

보이지는 않지만 꽤 똑똑한 소리로 끼룩댔다.

더는 없어.

더 물소리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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