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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해석

이언적의 무위

by 仲林堂 김용헌 2013. 8. 10.

무위


李彦迪


만물은 늘 변해서 일정함이 없나니

이 한 몸 한가로와 절로 때를 따른다.

일 하려 애쓰는 힘 근래엔 차츰 줄여

푸른 산 늘 보면서 시도 짓지 않는다.


萬物變遷無定態     一身閑寂自隨時

만물변천무정태     일신한적자수시

年來漸省經營力     長對靑山不賦詩

년래점생경영력     장대청산불부시


  작자가 司諫사간의 직책에 있을 때 당시의 권신인 김안로의 재 등용을 반대하다가 파직당했다. 이 때문에 1530년부터 1536년까지 벼슬에서 물러나 경주 자옥산에 獨樂堂독락당을 짓고 성리학을 연구한 적이 있다. 이 詩는 이때 지은 것이다.

제목이 無爲무위인데, 이는 도가의 무위 사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儒家유가의 ‘事理사리를 거슬려 가며 억지로 이루려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천지 만물은 때의 흐름에 따라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변천하는 자연의 이법에 순응함에 따라 이 한 몸 閒適한적할 뿐이다.

閒適한적한 것은 바로 고요한 마음을 즐기는 것이다. 한적함이 몸에 배게 되자, 노력하여 억지로 뜻하는 바를 이루려고 하는 고집스러운 의욕도 점차 줄어들었다. 이제 매사 자연의 순리에 따르며 悠悠自適유유자적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푸른 산을 마주하고도 詩를 짓지 않는다고 했다.

청산에 몰입하여 고요한 寧靜영정의 세계에 들어가 있는데, 더는 속인처럼 구구하게 詩 짓는다고 애쓰는 모습이 아니다.


이 작품에 대해 이수광은 ‘芝峰類說’지봉유설에서 “말의 뜻이 심히 높아(語意甚高), 구구하게 시를 짓는 사람이 미칠 바가 아니다(非苟苟作詩者所能及也)”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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