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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해석

추사고댁의 주련 춘풍대아

by 仲林堂 김용헌 2013. 8. 3.

 

지난 7월31일 추사고택에 잠시 들렸다.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고택에는 기둥마다 주련(柱聯)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사랑채 뒤편 주련에 있는 아래의 칠언시가 아닌가 한다.

春風大雅能容物 (춘풍대아능용물)
秋水文章不染塵 (추수문장불염진)
주련 아래에 한글로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봄바람처럼 큰 아량은 만물을 용납하고,
가을 물같이 맑은 문장은 티끌에 물들지 않는다.

추사는 벼슬이 이조참판까지 올랐고, 서예가로서 추사체를 만들었으며, 그의 제자는 흥선대원군을 비롯하여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지만 귀향가고 풀려나기를 여러 차례 총13년을 귀향사리를 하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춘풍대아능용물은 자신에 반대편에 섰던 사람들을 용납하고, 추수문장불염진은 자신은 어떤 불의에도 물들지 않겠다는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시는 또한 중국 북송시대를 대표하는 유학자 정명도(程明道), 程伊川(정이천) 형제의 인품과 학덕을 칭송하는 말로 널리 알려졌다. 사람들은 정명도에 대해 春風大雅能容物 (춘풍대아능용물)이라 했고, 동생인 정이천에 대하여 秋水文章不染塵 (추수문장불염진)라고 했다. 이 두 사람은 二程 또는 二程子라 했고 두 사람의 학물을 二程理學이라고 했다.
한편 CBS변상웅 기자는 공자가 편찬한 ‘시경’을 먼저 살피고 글의 뜻을 읽어내야 한다하며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시경은 곳곳에서 불리어지는 노래 305편을 모은 책이다. 풍(風)은 여러 나라의 민요, 아(雅)는 궁중에서 부르는 노래, 송(頌)은 제사 지내는 노래이다. 풍은 민요이니 백성의 희로애락을 담고 있다. 아(雅)는 소아(小雅)와 대아(大雅)와 나뉘어 소아는 삶을 꾸려가는 처세와 철학을 담았고 대아는 나라의 정치지도자가 하늘의 뜻을 받들어 백성을 섬기는 마음가짐과 국정의 철학을 담고 있다. 春風大雅의 ‘대아’는 바로 지도자가 가질 마음가짐에 대한 노래이다. 그래서 해석을 하자면
“나라를 다스림은 봄바람처럼 모두를 품어 안아야 하고 선비의 글은 가을 물처럼 차고 맑아 욕됨이 없어야 한다.”

시는 은유가 있어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으면 더욱 좋은 시가 된다고 했다. 이 시도 추사의 삶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정명도와 정이천 형제의 이야기, CBS변상웅 기자의 지도자와 선비의 나가야 할 길로 해석할 수 있다. 모두 맞는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시경의 대아에서 끄집어 낸 변상웅 기자의 해석에 마음이 더 간다.

 

2013.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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