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논산에서 학교 후배 결혼식에 참석하고 고향 마을 친척 딸기하우스에 들린 후 보리밭을 구경했다. 내가 찾은 곳은 부적면 마구평리 가마뜰이라는 곳이다. 가마뜰이라는 지명의 유래는 알 수 없으나 50대 말 내 기억으로는 농가 가옥이 몇 채 있었으나 얼마 후 마을은 없어졌고, 경기정리가 된 후 집터의 흔적도 하나 없이 논으로 변했다.
논에는 경제성이 있는 딸기 재배 시설이 들어서 있다. 딸기하우스 바로 옆 논에는 보리밭이 있다. 보리밭에는 지난 가을에 뿌린 보리(씨)가 싹이 터 7cm가량 자라 겨울을 나고 있었다. 보리밭을 보니 어린 시절이 떠 올랐다. 그 때는 보리밭이 참 많았다. 이 보리는 쌀 다음의 식량으로 이 나라 사람의 생명을 구한 작물이다. 만약 보리가 없었다면 쌀만으로 양식으로 살아 남은 사람 수는 절반도 채 안될 것이다. 가을에 수확한 쌀은 대부분 3~4월이 되면 떨어지고 더 이상 먹을 게 없는 사람들은 초근목피에 버티다 얼마 살지 못했을 거다. 그래서 보리(쌀) 수확하기 전을 보리고개란 말이 나오게 되었다. 보리고개만 넘기면 보리 수확이 있어 굶어 죽지 않는다고 했다.
구황작물로서 밀과 보리는 우리 인류에게 하늘이 내린 큰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쌀과 함께 보리를 주식으로 하는 우리에게는 더 없이 소중한 작물이다.
겨울을 넘기고 살아남을 수 있는 작물은 보리와 밀을 제외하고 많지 않다. 특히 곡식작물(식량작물) 중에서는 그렇다. 보리는 추운 겨울을 지나야 결실을 하는 특성( vernalization: 춘화처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와 같이 겨울이 있는 온대지방에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이다.
우리 세대는 어린 시절에는 꽁보리밥을 먹으며 언제나 새 쌀밥을 먹을 수 있나 바램이 컸다. 우리 조상들은 맛은 떨어지나 배를 채울 수 있는 보리밭을 거의 대부분 먹었다. 그들은 쌀밥이 차고 넘치는 배부른 세상을 보지 못했다. 비록 어린 시절에 보리밥을 주로 먹고 자랐던 우리 세대이지만 70년대 이후 통일벼가 나오면서 우리의 밥상에는 쌀밥이 등장했으니, 우리 세대는 참으로 복 받은 세대이다. 세상에 감사하고 이와 같이 풍요로운 세상을 만든 나라에도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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