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은 4,300여 건의 전국 서원과 향교 중 전문가 사전검토를 거쳐 선정한 33건을 대상으로 지정조사를 시행하여 2020년 12월 29일 강릉향교를 비롯한 전국의 22건의 서원과 향교를 보물로 지정하였다. 그중 경기도에는 3건이 지정되었다. 이 3건 중에서 2건이 안성향교의 대성전과 풍화루이고, 하나가 수원향교 대성전이다. 문화재로서 경기도 25개 향교 중 두 개의 보물을 가지고 있는 안성향교는 큰 자랑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풍화루는 규모도 크고 범상치 않은 모습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풍화루(風化樓)는 풍속을 교화시킨다는 뜻을 지닌 누(樓)다. 풍화루가 있는 향교는 안성향교를 비롯한 진천향교, 통진향교, 진주향교, 단양향교, 기장향교, 사천향교, 하동향교 등 많은 향교에 있다. 대부분의 향교의 대문은 외삼문이다. 풍화루는 대문의 역할과 함께 유생들이 시를 읊으며 풍류를 즐기는 공간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 풍화루 중 보물로 지정받은 풍화루는 안성향교가 유일하다.
안성향교 풍화루는 정면 11칸 측면 1칸의 2층 건물이다. 전면은 풍화루이고, 그 양쪽 끝에 동재와 서재를 잇대 지었다. 풍화루 하층 중앙은 출입구이고 나머지는 창고로 사용했거나 공간으로 보인다. 상층은 유생들이 시를 지으며, 휴식공간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11칸 중 중앙 1칸은 대문이고, 좌측에 5칸과 우측 5칸이 대칭으로 있다. 대부분의 풍화루는 정면 3칸 측면 2칸의 규모나 안성향교 풍화루는 11칸으로 규모가 전국 풍화루 중 가장 크다.
멋지고 장대한 풍화루는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풍화(風化)와 성현의 가르침을 기대하게 한다. 길게 일자(一字)로 대성전과 명륜당을 지키고 있어 성벽(城壁)을 보는 듯하다. 튼튼한 모양은 향교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공자의 고향 취부(曲阜)에서 본 만인궁장(萬仞宮牆)이 떠 올랐다. 궁장(宮牆)은 궁궐의 성문(城門)이다. 萬仞(만인)은 『論語』 「자장편」에서 취했다. 노나라 대부 숙손무속(叔孫武叔)이 "자공이 중니보다 어질다(子貢賢於仲尼)"고 하자 자공이 "내 집의 담은 어깨높이쯤 되어 누구든지 집 안에 있는 것을 엿볼 수 있지만, 선생님 집의 담은 몇 길이나 되어 대문을 찾아 들어갈 수 없다. 아름다운 종묘와 백관의 많음을 볼 수 없다(賜之牆也及肩,窺見室家之好。夫子之牆數仞,不得其門而入 不見宗廟之美 百官之富)”고 했다. 청 건륭제(乾隆帝)가 수인(數仞)을 ‘만인(萬仞)’으로 바꿔 썼다. 이곳 풍화루는 만인궁장에 비할 수는 없지만, 향교의 높은 담장으로 만인교장(萬仞校牆)이라고 부를 만하다.
풍화루에 올라 영쌍창(靈雙窓: 창호 중간에 기둥을 두어 창문이 두 개처럼 보이는 창)을 열면 시야는 터져 시원한 느낌을 줄 것 같다. 하층 칸마다 세로 홍살이 아름다움을 더 한다. 홍살 사이로 바람이 잘 통하듯이 선현의 가르침 또한 잘 통하길 바란다. 하나 아쉬움은 유생들이 시를 읊으며 풍류를 즐길 만한 곳이나 지금 유생은 어디 간 곳 없다.
“이 풍화루에는 미스터리가 둘이 있다”라고 안성향교 정재균 교화수석장의는 말했다. 하나는 출입문 안쪽 양편에 있는 주춧돌의 용도이다. 정 장의는 ‘빗물이 대문으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거치대를 설치했던 주춧돌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1층과 2층 중간에 마루 밖으로 돌출한 나무의 용도이다. 정 장의는 ‘툇마루를 놓기 위한 걸치대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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