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년 1월 1일 새해 첫날이다. 오늘도 걷기운동은 변함이 없다. 오늘 행선지는 서호공원을 지나 서호천을 따라 농대교까지가서 옛 서울 농대 캠퍼스인 경기상상캠퍼스까지 숲속을 돌아오는 코스다.
며칠간 영하 10도 이하의 추운 날씨가 물러가고 나니 포근한 느낌이다. 강 추위에 눈이 내려 얼어붙어버린 길도 많이 녹았다.
햇살이 비춘다. 하늘은 맑고 푸르다. 겨울이라고 하지만 두텁게 입은 옷에 추위는 느끼지 못한다. 한적한 가운데 걷는다.
천변에 억새꽃이 눈길이 간다. 억새 뿌리는 살아 있으며 지상부는 겨울에는 생명을 잃은 채 말라죽은 형상이지만 썩지 않고 살아있는 듯하다. 바람이 불면 흐날리지만 부러지지는 않는다. 죽어 있으면서도 단지 푸른색에서 갈색으로 변신했을 뿐이다. 죽어도 죽지 않은 것 같아서 억새라고 부를 가? 한편, 부러운 것 같기도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죽으면 사라져야지 뭘 미더워 사라지지 못하냐고 말하고도 싶다. 우리네도 죽으면 미라로 살아 있는 듯 없어지지 않고 있다면 얼마나 흉물스러울 가? 생각해 본다.
억새밭을 지나자 흰뺨검둥오리 네댓 마리가 길가에 있다가 내가 다가가자 슬슬 피했다. 새들도 인간이 얼마나 무서운 동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먹고 살만한 지금 세상이라 잡아 먹으려 달려들지 않았지, 먹고 살기 급급했던 시절에는 뭐든지 잡아 먹으려 했었다. 그 시절 같았으면 벌써 날라 갔을 테지만, 요즘은 해코지 하는 사람이 적다는 것을 알고 슬슬 걸어서 피한다. 우리 스스로가 만물의 영장이라고 우쭐하지만 다른 생물은 인간을 만물의 적이라고 하고 있는 것도 틀리지 않는다.
경기상상캠퍼스 안으로 깊이 들어가자 버즘나무 거목을 만나고는 숲 속으로 들어간다. 그 때부터 나도 자연의 하나가 되며 상상의 날개를 폈고 걸어 본다. 청년마루(서둔루)가 한가로이 언덕위에 걸려 있다. 옛 사람들은 풍경이 좋은 곳에 정자 하나 짓고 시를 짓고 노래를 읇었다. 이곳도 운치가 있는 곳이다. 그 옆에는 장승이 서 있다. 장승이 정말 마을을 지킬 수 있겠는가? 옛 사람들은 고지식하지 않았다. 장승이란 게 악귀를 몰아 낼 수 있다면 꿈(소설)을 꿔 본 것이다. 이것도 하나의 삶의 멋이 아닐 가? 상상해 본다.
오늘 하루 산책은 상상캠퍼스에서 이런 저런 상상의 날개를 펴 보았다.
억새꽃을 보고 지은 자작 평기식 칠언절구로 지은 한시다. 魚統에서 自韻하여 韻자를 如, 餘, 居로 하여 지었다.
雈花(억새꽃)
特芿實不死花如 특이하게 풀 열매로 죽지 않는 꽃이다.
根生而莖死美餘 뿌리는 살아 있고 줄기는 죽어있으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아 있다.
風來動陽光與耀 바람이 불면 움직이고 햇빛이 빛출 때 빛난다.
何可不腐現存居 어떻게 썩지도 않고 지금까지 살아 있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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