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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도봉산 신선대에 오르다.

by 仲林堂 김용헌 2022. 6. 8.

높은 곳에 오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선택받은 사람만이 실제 그럴게 할 수 있다. 특히 나이먹은 사람은 더욱 그렇다. 어제는 청산회 회원과 함께 서울 도봉산 신선대(높이 726m)에 올랐다.

 

가뭄 끝에 전날 비가 내려 하늘도 맑은 날 마음 편한 사람들과의 산행이다. 1호선 도봉산역에 도착하니 우뚝 솓은 도봉산 기암이 멀리 보었다. 이번 산행 코스는 도봉산역-도봉탐방지원센터-도봉서원 터- 도봉대피소-천축사-마당바위- (깔딱고개)- 신선봉이다. 

 

도봉서원 입구에 들어서자 잘 다듬어진 돌에 새긴 "김수영 시비"가 눈에 들어왔다. "풀"이란 그의 대표 시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풀」
 
자신의 인생을 풀에 비유하여 이야기 하는 듯하고, 또 우리 평범한 민초들의 삶을 이야기 하는 듯하다. 
 

r김수영 시비다.

김수영 시비 뒷편에는 도봉서원터가 있다. 도봉서원은 서울에 있는 유일한 서원이나 지금은 철거되어 빈터만 있다.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1871년(고종 8) 훼철되었으나 1903년 지방유림에 의하여 단이 설치되어 봄·가을에 향사를 지내오다가 6·25사변으로 다시 중단되었다. 그 뒤 1972년도봉서원재건위원회가 구성되어 서원을 복원하였다. 그러나 2011년 조선시대 모습으로 복원하기 위하여 다시 철거를 했다. 이곳에서 2012년 복원 공사 중 불교유물이 쏟아저 나왔다. 2012년 발굴된 유구·유물은 도봉서원이 아닌 영국사의 것이라고 밝혀졌다. 10여년간 3차에 걸쳐 유물발굴작업은 끝나고 도봉서원 정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도봉서원 터 간판이다.

 

고려시대 영국사 터이며, 조선시대 도봉서원 터이다.
등산지도다.
우리 일행이 본격 등산이 시작되는 등산로를 따라 가고 있다. 이 때가 11시 23분이다.
갈림길에 있는 이정표이다. 우리일행은 여기서 천축사 방향으로 갔다. 천축사까지는 300m다.
천축사 일주문이다.
천축사 입구다. 우리 일행은 천축사 방문은 생략하고 좌측 등산로를 따라 계속 올라갔다.
천축사는 못가고 대신 안내판을 올린다. 천축사의 이름 유래가 볼만하다. 천축국은 중국에서 인도의 영축산과 비슷하다고 하여 천축사라고 부르다고 한다.
돌계단을 따라 올라간다. 이 때가 11시 58분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발 딛기가 힘이 든다. 인생길도 한 고비 한 고비 넘어야 편한 세상을 맞게 된다. 그 고비가 힘들 수록 성취하는 바가 크니, 편하게만 살 수 없는 게 우리의 숙명인가?

 

오늘 나는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신선대로 향해 올라가고 있다. 주로 돌 계단을 밟으며 올라가면서 돌계단 사이에 이 빠진 곳에 나무 계단을 만난다. 내 인생길도 이 작은 나무 계단과 같이 될 수 있다면 이 세상에 나온 존재의 이유가 되지 않을 가? 생각해 본다. 나는 과연 세상에 한 조각의 나무계단이 될 수 있을 가? 돌 계단까지는 못 되더라고 얼마 못가 썩어 없어지게 되는 나무디딤돌이라도 될 수 있다면 생각하며 발길을 옴긴다.  

 

우리 일행이 마당 바위에 올랐다. 한 고비를 넘은 것이다. 좌측 세 사람은 강원도 고성에서 부산까지 동해안 해파랑길 770km를 완주한 사람이다. 이들과 함께 했으니 아직 내 다리도 쓸만하다고 할 수 있을 가?.
마당바위에서 서울 시내를 배경으로 나의 모습이다.

 

바당바위에서 내려다 본 서울 시내 모습이다. 한 고비를 넘으면 자연은 이렇게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세상일도 그렇다.
마당 바위에 있는 등산로다. 길이 가팔라 철책을 잡아야 오를 수 있다.

 

마당바위에서부터 본격적인 등산이다.

같이 오르는 사람이 여기가 깔딱고개라고 한다. 경사도가 심한 길을 오르고 또 오르고 끝 없이 오른다. 발거름이 잘 떨어지지 않지만 힘을 쏟아낸다. 숨은 차오르고 발에는 힘이 떨어진다. 앞 사람 발만 보고 오직 생각은 한 계단 오르는 것 뿐이다. 드디어 소나무 사이로 신신봉이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더 가면 완만한 능선이 나오겠지 했으나 능선은 한 고개 넘으면 또 다른 고개가 연신 나타났다. 이렇게 힘을 쏟기를 10여분 오른 후 12지 37분 드디어 쉼터가 도착했다. 여기서 잠시 쉬었다. 

 

쉼터에서 도착하니 시야는 터지고 도봉의 3봉이 눈으로 들어왔다.
외국인도 철계단에서 서울 시내 경치를 사진찍고 있다.
쉼터에서 본 도봉산의 봉우리다.
철책을 잡고 신선봉으로 오르고 있다.
자운봉 아래로 서울 시내가 보인다.
바위 사이에 난 소나무다. 변함 없는 바위와 언제나 푸른 소나무가 함께 있다. 일찍이 사람들은 암송을 칭송했다.
여기 소나무도 생명력이라면 어느 누구 못지 않다.
도봉산 봉우리 안내 간판이다.

도봉산 안내간판에 도착했다. 큰 바위를 몇 개 만났지만 그 형태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그 이름을 알기 어렵다. 우리 일행이 오랐던 신선대는 이 간판 사진에는 없다. 신선대에서 보면 가운데 큰 바위가 만장봉이다.

 

이 때가 11시 51분이다. 이제 마지막 코스 신선대까지 오르는 철책을 잡고 오르는 코스다. 이 코스는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오르지 못하는 천길 낭떨어지기다. 그림 간판이 있는 곳에서 신선대 정상까지 4분 걸려 도착했다. 드디어 신선대 정상에 올랐다. 이 나이에 신선대 정상에 설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돌아갈 때는 주봉으로 돌아서 마당바위에 도착했고, 그 후부터는 왔던 코스인 천축사-도봉대피소-도봉서원-광륜사-도봉탐장지원센터로 하산했다.

드디어 도봉산 신선대가 눈 앞에 있다.
엄청나게 큰 통 바위 자운봉이다. 그냥 돌이지만 세월이 가면 아름답게 보인다.
하산하면 15시 10분에 본 신선대 모습이다.

오늘은 모처럼만에 높은 산에 올랐다. 의를 쌓으면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다고 했다. 높은 산에 오르는 것은 직접 의를 쌓는 것은 아니지만 심신 단련이다. 이를 통하여 내 마음과 몸이 건강을 다질 수 있었고, 높은 곳으로 오르면서  어려움을 맞이하며 참고 견디는 인내심을 기렀다. 또 변함없이 수 천년을 그 자리에서 지키고 있는 바위와 역경을 딛고 사시사철 푸름을 유지하고 있는 소나무를 보면서 불의에 굽히지 않는 절개를 생각했다. 

 

어제 도봉산 등산은 일상에서 벗어나 무궁한 대 자연을 보며 심신을 단련하며 호연지기를 쌓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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