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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신문

근검(勤儉)과 효제(孝悌)를 실천한 조동미 여사

by 仲林堂 김용헌 2021. 12. 4.

철물가게에서 만난 조동미 여사다. 친정 어머니께서 주신 '미끈한 무'를 화분에 심어 가까이 두고 있다.

조동미 여사는 지난 1022()범예의생활실천운동본부 경기도본부 주최(이사장 이기도2021년도 효행자 시상식에서 성균관장상 표창을 받았다. 조 여사를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조 여사는 "내 할 도리를 다한 것뿐인데 그럴 자리가 아니라며 민망하다며 인터뷰를 사양했고, 너무 바빠 만날 시간이 없다"라고 했다'그래도 틈이 나는 시간이 언제냐'고 다시 여쭤 지난 124일 토요일 오후 2시쯤이라고 해 겨우 약속을 잡았다.

 

조 여사가 운영하는 경기도 용인시 이동읍 백옥대로 658 철물점에 도착할 때 그녀는 가게 앞에서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었다. 오늘은 토요일이라 딸이 나와 카운터를 보고 있어 다행히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그녀는 화장도 머리 손질도 없고, 평상 복장으로 숨길 게 없이 있는 그대로의 차림으로 가게에 찾아오는 고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철물점은 본래 시아버지께서 대장간을 하시다가 30년간 철물점을 열었고, 시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아 지금까지 30년을 가게를 열고 있다고 했다.

 

가게 안에는 많은 건축자재 부품으로 가득했다. 수많은 자재를 쌓아놓고 있으며, 또 수시로 고객이 찾아오니 겉으로는 아무 걱정 없이 잘 나가는 가게로 보였다. 그런데 그 속을 살펴보니 그게 아니었다지난 3월 행인이 버린 담배꽁초로부터 가게 건물에 불이 붙어 가게가 전소하여 10억 원이 날아갔다며, 그 후 지금까지 사라진 자재를 거래처와 쌓은 신용으로 2, 3천만 원씩 물품을 외상으로 받아 채워가고 있지만, 아직도 빠진 게 많다고 했다.

 

조 여사는 50대 중반의 비교적 젊은 나이로 무슨 역경이 있었겠느냐 생각할 수 있지만, 화재 이외에도 집안에 우환이 끊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녀는 23 세 살이던 1991년 시집와 연애 결혼해 지금까지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다고 했다. 시어머니께서는 평소 밝은 성격에 건강하셨으나 2009년 혈액암이 발병하여 신장 투석을 7년간 매주 3회씩 했고, 종합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수시로 반복했고, 뇌경색에 치매까지 와서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그럴 때마다 오로지 지극정성으로 간호를 맡아서 했으나 시어머니께서는 2016년 '사랑해'란 마지막을 말씀 한마디를 남기고 하늘나라로 가셨다고 지난날을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그녀는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어렵던 간호는 끝나나 싶었으나 시아버지께서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치매가 와서 다시 병간호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시아버지는 집을 찾아오지 못하고 길거리를 배회했고, 넘어져 치료받기 일쑤였다. 차가 많이 다니는 4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등 독립 생활이 어려워 돌봄이 필요했다. 가족을 모시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시아버지께서는 말할 수도 없는 돌발행동으로 황당할 때가 많지만 그럴 때마다 이해하고 편들어주고, 부탁하고, 칭찬해주며, 어린이를 보호한다는 마음으로 돌봤다고 이야기했다.

 

시아버지는 농협주간보호센터에서 돌봐주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나, 최근에는 시아버지께서 낙상하여 응급실에 입원했다며 병간호는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낮에는 철물점 가게에서 일하고, 밤에는 병간호하며 낮 동안 못한 집안일하고, 아이들 챙기는 등 하루하루를 숨 쉴 틈도 없이 살았다며, 하루가 36시간이라면 좋겠다며 말했다.

 

그녀는 가정에서 쉴 틈도 없이 바쁜 가운데서도 그녀의 사랑은 가족을 넘어 이웃까지 닿고 있다. 20184월부터 독거노인과 치매 어르신 가정 방문 월 1회를 하고 있다고 했다.

 

시어머니 병간호했고, 다시 시아버지 병간호를 이렇게 하고 있으니 보통 사람이라면 짜증도 낼 만하나 그녀는 전혀 천사와 같은 마음으로 거슬림이 없었다. 공자님께서 맹의자가 효에 대하여 여쭸을 때 무위(無違: 거슬림이 없음)라고 말씀하셨다. 조 여사는 부모님에 대하여 비록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무위(無違)로 효를 실천한 것이다.

 

그녀는 "기도 광주 출신으로 14녀 중 맏이로 태어났으며, 두 살 터울로 동생들이 있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엄하신 부모 밑에서 늘 꾸중으로 들어서 그런지 어디 삐뚤게 크려고 해야 그럴 수 없었다. 친정아버지는 5형제 중 첫째이고 지금도 형제간 우애가 좋은 것으로 소문났다."라고 말했다. 그녀가 "고난으로부터 피하지 않고 책임감으로 가정을 화목하게 이끈 힘은 부모로부터 보고 배웠으며, 스스로 큰 언니로 역할을 다했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조 여사는 "내가 해냄으로써 일이 매끄럽게 굴러가니 미루거나 회피할 수 없었다. 한편, 끝없이 밀려오는 일에 치이다 보니, 너무 힘들고 고달프며, 희망까지 보이지 않았던 한 때는 안 살고 싶은 마음조차 들었고, 23일을 울었던 적도 있었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이상하게도 자고 나면 어디서 에너지가 나와 채워지고 툭툭 털고 일어섰다"라고 했다. 그런 낙천적인 자신의 성격은 친정에서 들어보지 못했던 칭찬을 시어머니에서부터 듣고 생긴 것 같았다고 했다. 이웃으로부터 '네가 안 해도 굴러가니 이제 좀 쉬라'고 하는 따뜻한 격려로부터 나온 것 같다고 했다.

 

그녀는 친정아버지로부터 손재주를 물려받았다고 했다. 철물점에서 수리나 제작 등을 손재주가 있다며, 문도 만들어 달았다고 자랑했다. 그녀는 이런 소질을 살려 정원 가꾸기, 그림 그리기, 항아리 공작, 조각 등 취미 생활을 하고 있었다. 철물점 담벼락에 작은 정원을 만들었고, 기왓장에 이쁜 그림을 그려 놓았다. 그 솜씨가 남달라 보였다. 그간 가족을 위한 일이 너무 시급해 자신의 삶을 펼치지 못했으나 앞으로는 취미 생활도 하며 자신의 꿈도 펼쳐보겠다고 했다.

 

주자(朱子)거가사본(居家四本)에서 화순(和順)은 제가(齊家)의 근본이요, 근검(勤儉)은 치가(治家)의 근본이며, 독서(讀書)는 기가(起家)의 근본이요, 순리(順理)는 보가(保家)의 근본이다.’라고 했다. 가족 간에는 화목과 순종이 필요하고, 근면과 검소라야 가게를 꾸려갈 수 있고, 집안을 일으키려면 책을 읽어야만 하고, 매사에 순리를 따르는 것이 집안을 보전하는 바탕이 된다는 뜻이다. 조 여사는 거가사본 중에서 독서(讀書)는 좀 못 미치지만 화순(和順)했고, 근검(勤儉)했고, 순리(順理)를 따랐던 삶을 사는 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칠언명구(七言名句)에는 치가이근검위본(治家以勤儉爲本) 입신유효제당선(立身惟孝悌當先)이란 글이 있다. 집을 다스리는 데는 부지런함과 검소함을 근본으로 삼고, 몸을 세우는 데는 오직 효도와 공손을 먼저 한다는 뜻이다. 조 여사는 근검과 함께 효제를 실천으로 가정을 매끄럽게 이끈 분으로 요즘 세대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은 사람들의 본보기가 될만한 인물이라 생각이 들었다.

 

조동미여사와 남편이 가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편은 든든한 동반자라며, 부군도 라이온스 회원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큰 딸(우)이 카운터를 보고 있다.
조 여사가 취미활동을 가꾼 조각품과 작은 정원이다.

 

조 여사가 기와장에 그린 매화와 능소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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