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과 중 하나는 만보걷기다. 어제는 12,763보를 걸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만보를 못채우는 날은 거의 없다. 이렇게 걷기를 의무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우선은 나이 먹으면서 체력을 강화하고 나의 고질병인 협착증에 완화가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부담을 가지고 시작한 걷기라고 하지만 이게 하나의 나의 생활 습관이 된다면 이런 습관은 신체적으로 건강을 유지시켜줄 뿐만 아니라 사유하는 기회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걸으면서 보고 생각하며 느낀다.
주로 걷는 코스는 축만제(서호공원)이고, 그 다음으로 일월저수지이며, 가끔은 장안문까지 돌아오기, 수원화성 한바퀴 돌기, 팔달산, 만석공원이다. 어제는 만석공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어제 코스는 화성주공아파트를 통과하여 화산지하도 위로 길을 건넜고, 화서역먹자골목을 지나 서호천을 만나 천변길을 따라 7-8분 지나니 서호천에서 영화천으로 갈림길이 나왔다. 영화천이 시작하는 만석거에 도착하여 만석거를 한 바퀴돌고 정자시장을 지나 집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걸으면 걷는 순간마다 새로운 것을 보게 된다. 보면서 머리속에는 이런 저런 생각이 스처간다. 아래는 만석거 둘레길을 돌면서 보고 느낀 생각이다.
서호천의 물을 맑다. 그 속에 팔뚝만한 잉어가 노닌다. 갈림길에서 영화천 방향으로 돌려 만석공원 방향으로 걸었다.
시내물을 흐르고 그 주변에 풀 밭이고 가끔 버드나무가 보인다. 예전 같으면 시궁창으로 쓰레기와 오염된 물에 악취가 나는 곳이었다. 그런 시내가 원래 자연의 모습으로 복원된 것이다.
천변길은 다리를 만나면 다리 아래로 지나갔다. 그곳을 지나며 예전 이런 다리 밑에 거지들이 사는 소굴이 생각났다. 그 때가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이다. 그 때까지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어렵게 살았으나 그 후부터 놀라운 속도를 발전을 걷듭하여 오늘날에는 다들 잘 사는 세상이 되었다.
천변길의 끝은 만석거(조개정방죽) 수문 못 미처 끝나고 천변 위로 길은 이어지고 있다. 천변 쪽을 보니 중백로 한 마리가 태평하게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 어느 누구 한 사람도 이 새에게 해꼬지 하지 않는 다는 것으로 이 백로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만석거 둘레길로 들어섰다. 벤취에 앉아 수면 위에 펼처진 풍경을 즐기며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다. 이 모습이 공자께서 말씀하신 수신제가치국의 평천하(平天下)가 아닌가 생각이 떠올랐다.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다. 건강을 위해서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이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사람이다. 나도 칠십이 넘었지만 아직도 발걸음이 빠르다. 예전에는 환갑을 넘으면 장수했다고 하지만 지금 환갑은 청년이다. 내가 뭐 특별한 것도 없는데 예전 사람들에 비하여 오래 살은 것은 세상을 잘 타고 났기 때문이다.
만석거의 동남쪽에 있는 아취형 다리를 지나며 그 아래를 보니 여러 마리 잉어가 노닐고 있다. 물고기가 노는 것을 보노라니 물고기 또한 한가롭게 자유를 만끽하는 듯하다. 물고기가 놀고 백로가 한가롭게 있는 모습을 보며 맹자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맹자가 양회왕을 연못 위에서 기러기와 사슴을 보고서 양회왕이 맹자에게 "어진자도 이런 것을 보고 즐거워하느냐?고 묻자 맹자의 대답이 어진사람만이 이런 것을 보고 즐길 수 있다고 대답했다.
지금도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사람이란 여유가 있는 사람이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은 죄를 숨기기 바쁠텐데 어찌 자연과 더불어 즐기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이 저수지 한편에 널려 있다. 지금은 아직 꽃이 피지 않았지만 한 여름철 연꽃이 피면 더 좋은 경치가 될 거 같다.
서북편에는 잎이 작은 연이 쫙 깔려 있다. 작은 하얀 꽃이 보인다.
접사하여 땅겨서 촬영하니 작은 연꽃이 깜찍하게 피었다.
둘레길을 한 바퀴 다 돌고 나서, 지난 79년 송죽동에 살면서 보았던 조개정방죽의 모습은 거의 찾아 볼 수 없게 이 저수지가 공원조성을 하면서 옛 모습을 거의 없애버렸다. 단 하나 남아 있는 게 여기 보이는 석축이다. 이 돌은 만석거의 서쪽 제방을 만들 때 쌓은 돌이다. 내가 송죽동으로 이사 왔을 때 이곳 제방에는 수십명의 낚시꾼들이 있었다. 그 후 얼마 못가서 이 저수지 물은 오염되면서 낚시꾼은 점차 없어졌다.
내가 1979년 화서동에서 이곳으로 이사 온 곳이 저수지 북쪽으로 100미터 쯤이다. 그 때는 백조아파트도 없었고 주택 10여채가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
만석거를 한 바퀴돌고 나서 집으로 돌아 갈 때 본 영화천이다. 시냇물이 도시를 관통하지만 깨끗하다.
집으로 가며 정자시장을 통과하고 있다. 시장으로 보러 나온 사람들의 모습이 여유롭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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