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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만제(서호공원)

칠보산 리기다소나무를 보며

by 仲林堂 김용헌 2021. 3. 3.

칠보(七寶)란 이름이 좋아서 그런지 우리나라에는 칠보산이 여럿이 있다. 남한에는 충북 괴산군 칠성면에 해발 778m 칠보산이 있고, 경기도 수원시와 화성시, 안산시에 걸쳐 있는 238.8m 높이의 칠보산이 있고, 경상북도 영덕군 병곡면 칠보산길 587에도 칠보산이 있다. 그리고 북한 함경북도 명천군에도 높이 906m의 칠보산에 있다. 본래 남한에 있는 칠보산은 이름 없는 산이고, 북한에 있는 칠보산이 유명한 명산으로 알려졌다.

 

수원에는 높이가 582m로 큰 맘 먹고 오르는 광교산이 있고, 높이가 높지 않아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칠보산이 있다. 나는 어제 수원 칠보산에 올랐다. 우리 청산회 회원 7명이 3LG빌리지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만나 무학사 입구가진바위칠보산 정상2전망대 용화사 코스로 산행을 했다.

 

엊그제 왼 종일 평지에는 비가 내렸으나 무학사 입구쯤 오르자 간밤에 내린 눈이 눈에 들어온다. 나무에 쌓인 눈이 녹으며 떨어지고 있었다. 습기를 많이 품은 젖은 눈이 나무와 풀 위로 내려앉아 있다. 햇빛은 소나무 사이로 내려오며 대지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거기에 하얀 눈이 보태니 신선한 기운이 일어났다.

 

산에 올라 눈 내린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미운 리기다소나무를 보면 아쉬움을 달랜다. 우리나라 적송은 미인송이라고 부르며 미끈한 모습이 아름다운데 이 리기다소나무는 줄기에 털이 숭숭 나고 옹이가 잔뜩 하고 피부가 거칠어 봄 품이 없다. 보기 싫을 뿐만 아니라 경제성도 없다고 한다. 1헥타르에 자라는 30년생 리기다소나무의 값어치가 모두 합쳐 1백만 원 남짓이라 한다니 지금은 정말 애물단지다. 앞을 봐도 옆을 바도 다 리기다소나무 천지다. 이 볼품없는 나무를 보면서 그래도 오손도순 말을 주고 받으며 걷는다. 내가 "나무를 심을 때는 백년대계(百年大計)의 자세로 졸속으로 했다"라며 말하자, 내 앞에 가는 친구는 "우선 헐벗은 강산은 사태(沙汰) 막기에 급급하여 사방(沙防: 모래가 떠내려가는 것을 막음)사업 차 심었니, 어쩔 수 없었다"라고 말한다. 친구의 말도 당시에는 올은 판단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가난했던 시절 미제라면 똥도 먹는다는 말까지 있었다. 그 후에는 일제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도 있었다. 그때 미국 원산인 리기다소나무는 뭐 따질 게 없이 헐벗은 산에 다 심었다. 그 나무가 60~70년 자랐지만 아무 쓸모 없는 나무가 되었다. 심을 때는 눈앞에만 보면 안 되며 멀리 봐야 한다. 우리는 리기다소나무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한, 소나무를 보면서도 국산이 최고며 우리 것이 제일이라고 생각해본다.

 

햐얀 눈이 시키먼 리기다소나무우리와 대비를 이룬다.
리기다소나무가 이 산을 지배하고 있다. 다른 나무는 이 소나무에 치여 쪽을 못쓰고 있다.
우리 소나무는 잎이 2개씩 모아 나고 리기다 소나무는 3개씩 모아나다.

 

내가 등산한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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