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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만제(서호공원)

가을 정취 속으로

by 仲林堂 김용헌 2020. 11. 3.

위로 보면 아직도 푸르름을 지키며 버티고 있고

아래로 보면 단풍이고

바닥을 보면 낙엽이 딩군다.

 

누구는 빠르게 앞서 달려가고

누구는 뒤 처저 가고

그런데 누구는 못간다고 버티면 어느 날 찬서리에 순간 날아가버린다.

 

해도 가고 달도 가고

나무잎새도 가고

나도 세월에 붙어 간다.

 

나는 오늘 서호공원에서 물아일체가 되어 가을 정취 속으로 들어가본다.

 

나무잎새가 소리없이 사라지고 있다.

 

이 세상에서 소임을 다 했으니 이제 저 세상으로 간다.
저 넓은 창공, 저 넓은 수면은 어디 하나 굽힘이 없이 자유롭기만 하다. 본디 자연은 이런데 사노라면 꺾일 때가 있다.

 

은행 잎이 곱게 물들고 있다. 세상에 하나의 아름다운 선물을 남기고 가고 있다.

 

흰뺨검둥오리가 물살을 가르며 노닐고 있다. 신선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자유를 만끽하며 사는 이 철새가 신선의 삶이 아닌가?
하늘에는 철새가 가뿐하게 막힘이 없이 창공을 날고 있다. 그곳은 꿈이고 이상이다. 우리네는 이런 비상을 꿈꾼다.
땅에는 곡식을 거둬들이고 있다. 여기는 땀을 흘리지 않으면 거둘 수 없는 현실의 땅이다.

 

하늘에 구름이 떠 있다. 부귀영화는 뜬 구름과 같다고 했다.
빈 의자다. 누구나 앉고 싶으면 않을 수 있다. 인간 세계에는 좋은 자리는 이미 꽉 차 있다.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높이 오르면 더 멀리 볼 수 있다.
봄날 붉은 꽃동산을 만들었던 연산홍 잎새가 단풍이 들어 세월에 순응하고 있다.
어둠에서 빛이 보인다. 알빛집이라고 했다. 알고 빛이 있는 곳에 집중하면 길이 보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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