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는 쉼 없이 지나고 있다. 모내기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벼 이삭이 나왔다. 장마만 빨리 걷치기만 기다렸는데, 장마가 가고 나니 시간은 훌쩍 흘러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한 것도 없는데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벼의 일생을 보면서 나의 금년 한해를 돌아 본다. 초여름에 작은 묘가 자라고, 여름이 되어 가지치기도 하고 키도 커 무성하게 자랐고, 가을로 접어들면 어른이 되어 이삭이 생기고 이삭이 익으면 날씨가 추워지는 10월이면 이삭은 여물고 생을 마친다.
우리네의 일생은 벼와 같이 한 해 살이가 아니라 여러 해 살이라 직접 비교는 어렵다. 그렇지만 한해 한해가 쌓이면 한 평생이 되니 올 한 해를 평가 해본다.
올 한해 지나간 날을 돌이켜 보면 허툴게 게흘리 보낸 것은 아니지만 기대한 것에는 못 미친 것같다. 1월부터 논어팔달윤독회에서 진도가 잘 나가려고 할 때 코로나 발생으로 지금까지 멈췄다. 그 후 나홀로 "현토방점 논어 부언해" 3권을 완독했고, 1-2권을 마치고 3권째 들어갔다. 공부라는 궤도를 타고 좀 달리다가는 궤도를 이탈하곤 했다. 공부란 자신를 닦과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의 시작점이다.
벼도 자라면서 생육장래를 받는다. 정상적으로 아무 이상이 없으면 좋으련만 나이가 먹으면 고장이 온다. 협착증으로 헬스에 지난 7월 21일로 만 1년간 단련했다. 그럼에도 좋아진다는 느낌은 없고 그저 그런 것만 같았다. 아직도 좀 걸으면 장단지가 땡기고 발이 절이다. 협착증은 그런대로 참을 만하지만 전혀 생각지 못했던 통풍이 찾아왔다. 평생을 안고 살아갈 반갑지 않은 동반자다. 술도 고기도 먹지 말라고 하니, 살 맛 하나를 빼겼다. 마음같아서는 완치하고 싶으나 이제 노화에서 오는 병이라고 그러려니 하고 살아야 한다.
인생 70이 지났으니 벼로 보면 결실기이다. 이제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때이다. 그렇지만 요즘 수명은 연장되어 100세 인생이라면 지금 한참 일을 해야 할 때이다. 또 얼마 못 살고 이 세상 뜬 다면 남은 시간이 얼마되지 않아 그간 채우지 못한 양식을 하나라도 더 채워야할 때이다. 벼는 한 순간도 휴식이 없이 자신의 할 일을 다 하고 있다. 우리도 나태없이 지성을 다할 때 하늘의 명을 따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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