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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제사는 우리의 미풍 양속

by 仲林堂 김용헌 2020. 3. 7.

우리나라의 미덕 중 하나는 온 가족이 모여 조상에게 올리는 제사이다제사 음식을 잘 드시고 가족에게 복과 운을 내려 주십사 바란다큰 명절인 설날과 추석날에는 먼 곳에 사는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인다. 이런 풍속이 수 천 년 간 지속되는 것도 제사라는 것이 있어서가 아닐 가?

 

예서(禮書)에 의하면 세상을 다스리는 제왕(帝王)은 하늘에 제사지내고 한 지역을 다 스리는 제후(諸侯)는 산천에 제사지내고 사대부(士大夫)는 조상에 제사지낸다고 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를 존재하게 한 근본인 조상에 보답해야 하는데 이는 부모와 조상을 극진한 정성과 공경으로 섬기는 일이다(報本之禮). 살아 계신 동 안 지성으로 섬겨야 하며 돌아가신 후에도 잊는다면 결코 도리라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돌아가신 조상을 살아 계신 조상 섬기듯이 모시는 것(事死 如事生)이 효도이며 이는 제례를 통하여 행해지는 것이다.

 

사대부의 제사는 자기 조상에 대한 의식이지만 성균관과 향교서 봉행하는 석전(釋奠), 서원(書院)에서 향사(享祀)는 자기 조상을 넘어 세상에 공헌한 선성(先聖)과 선현(先賢)올리는 제례의식이다. 석전(釋奠)은 선성(先聖)과 선현(先賢)들의 학문과 인격과 덕행과 사상을 단순한 이론으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이를 숭모하고 존중히 여기며 스승을 높이하고 진리를 소중히 여기는 기풍을 체득하기 위하여 거행하는 의식이다. 향사는 우리나라의 선현의 학문과 덕을 기리기 위한 의식이다.

 

기독교와 함께 서구 선진 문명이 들어오면서 제사 행위를 귀신에게 제물 받치는 무속 행위로 보고 귀신을 부정하고 제사를 지내지 않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제사는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 풍속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풍속을 이어간다는 것은 이 땅에 살아가는 우리들의 책무이기도 하다. 자손들의 제사 참석은 효제(孝悌: 부모에 대한 효도와 형제에 대한 우애)를 높이며 가족 결속과 가족 질서를 유지시키고, 사회질서를 이바지하며 나아가 온 세계 질서로 확대될 수 있다. 제사는 또한 효와 도덕을 부흥시킨다.

 

논어 학이편에서 "효제(孝悌)는 인()을 하는 근본이라(孝悌也者其爲仁之本與)"고 했다. 그리고 논어 이인편에서 "공자의 도(道)는 충서(忠恕)일뿐이라(夫子之道 忠恕而已矣)"고 했다. 공자의 도는 인이며 그 실천은 충서를 통하여 이뤄진다. 충()은 가운데 중()과 마음 심()으로 자신을 닦는 수기(修己)이고, ()는 같을 여()와 마음 심()으로 자기를 미루어 남에게 미친다는 안인(安人)이다. 즉 충서란 자신이 수양에 힘써 자신을 속이지 않는 인격을 쌓고 그것을 미루어 다른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준다(修己安人)는 의미이다.

 

최근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창궐로 지난 1월 말부터 지금까지 몇 개월간 종교행사, 교육, 모임 등 여러 사람이 모이는 행사를 열지 않고 있다. 전통 제례(祭禮)도 거의 간소하게 봉행하거나 연기 또는 취소하고 있다.

 

이 전염병의 확산방지에 많은 사람들은 나 자신이 감염되는 것보다는 내가 감염되어 다른 사람까지 감염키면 어쩌나 하는 남을 생각하는 마음(安人)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 않고 자기만 옳다고 하고 자기 주장만 고집하는 사람들은 남을 배려하기 보다는 자기 욕심만 채우려는 마음(私意)이 있다. 남에 대한 배려에 소홀하고 자기 욕심만 채우려는 일부 종교인들 때문에 나라가 큰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

 

제사는 부모와 형제에 대한 우애를 쌓고, 앞서 가신 어진 선비를 공경하고 본 받고 자 함에 의미가 있다. 효제를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어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어질음은 바른 마음()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왔으니 제사는 우리의 아름다운 풍속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눈 내린 수원화성 동북공심돈이다. 하늘이 내린 성품(性品)인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중 첫째가 어진마음 인(仁)이다. 인(仁)은 눈내린 이 아름다운 자연과 같다. 제사는 그런 자신을 속임도 없는 깨끗한 마음으로 봉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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