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무륵 익어가고 있는 11월 7일 오후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를 만났다. 햇살은 나무 틈 사이로 빛추고 나무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전설을 낳은 나무라 바로 볼 수가 없다. 그래서 멀리서도 가까이서도 보았다. 멀리서 보니 산 위로 올라 있고, 가까이서 보니 천년을 살았으나 아직도 청년의 기상이다. 용문(龍門)이고 천왕(天王)인 나무를 어찌 바로 알 수 있겠느냐만은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친근하게 보고 싶어 그 가슴 속으로 들어 가 살폈다.
저 산꼭대기와 높이를 견주고 있다.
용문사를 굽어 살피고 있다.
전설을 만들어내고 있다. 고승이 지팡이를 꽂아 그 지팡이가 이 나무라고 하고, 하늘의 왕인 나무로까지 위상은 높이기도 했고, 나무를 베려하자 피가 쏟아지고 천둥이 첬다며, 나라에 변가가 있을 때 소리를 냈다...
나이가 1,100-1,500년, 높이가 42m, 둘레가 15.2m이다.
황의(黃衣)는 정갈하다.
세상에 부귀를 넘어 오직 자연의 이치에 따를 뿐이다.
살다보면 풍파도 만나지만 조금도 흐트러짐도 없이 마땅히 가야 할 길을 가고 있다.
그 기상은 하늘과 땅에 가득하다.
그 자태는 묻 별들을 거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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