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유한하여 나에게도 죽음이란 분명히 찾아오겠지만 지금 이 순간은 남의 일만 같다. 그러나 내일이라도 당장 찾아 올 수 있으며 평균수명으로 볼 때 십여년 후에는 찾아 온다. 그 때 준비 없이 죽음을 맞는다면 약간 황당하고, 마음 바로 비우지 못해 쓸데 없는 욕심에 매달리기 쉬울지 모른다. 멀지 않아 찾아 올 그 날을 준비하여 깔끔하게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나의 두 아들에게 아래와 같이 유언을 한다.
첫째, 죽음의 과정에서 생명연장 치료를 하지 마라. 의식이 없어지고 자발적인 호흡곤란 상태가 되더라도 기도 삽관, 기관지 절개 및 인공기계호흡기 치료를 하지 마라. 죽음의 과정에서 혈압상승제 사용이나 항암제 투여,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기 바란다.
둘째, 내가 죽거든 화장을 해서 너의 할아버지 묘 앞에 봉분을 만들지 말고 평장(平葬)으로 묻고 그 위에 사방 50cm 이내 최소한 작은 돌로 덮고 그 돌에 나의 이름과 생몰년을 새겨 놓아라.
셋째, 내가 죽은 후 제사 지내 주기 바란다. 내가 죽은 후 귀신이 되어 너희들이 추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귀신이란 게 없어 찾아 볼 수 없더라도 너희들에게는 조상을 추모하는 자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자리는 혈족의 만남으로 한 가족으로 서로 사랑할 수 있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너의 부모 둘 다 죽은 후 부모의 유산의 1/10은 어려운 사람을 위하여 써라. 도와 주는 대상과 용도는 너희들 마음대로 해도 좋다.
다섯째, 하루라도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늘 성실(정성스럽고 참되게)하게 살라.
나의 유언은 편하게 죽고 싶다는 뜻이며, 죽음이란 자연스러운 것이니 그렇지 못한 억지를 쓰지 마라는 것이다. 묘지는 최소한으로 써라. 제사 지내라. 어려운 사람들고 함께 하라. 마지막으로는 늘 배우며, 성실하게 살라는 나의 바람이다.
깔끔하게 해가 지고 있다. 나의 죽음도 이런 유종의 미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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