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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어릴 적 우리 집 순한 암소

by 仲林堂 김용헌 2018. 3. 2.

어릴 때 추억을 떠 올리니 먼저 우리 집에서 키우던 소가 생각났다. 아침저녁으로 큰 가마솥에 여물, , 겨를 넣고 김이 날 때까지 푹 끓여 소죽을 쒔다. 사람이 밥하듯 소에게 소죽을 만들어 줬다. 농사 일이 있으면 같이 했고, 농사 일이 없을 때는 소와 함께 풀밭에 다니며 소에게 풀 뜯게 다녔다. 비록 같은 방에서 잠을 자지는 않지만 하나의 가족이었다. 내가 어렸을 적 우리집은 쟁기질 하는 순한 암소를 키웠다. 쟁기질은 아무나 못했다. 기술이 있는 아버지와 둘째 작은 아버지가 하셨고, 막내 작은 아버지는 하지 못했다. 어린 나는 소죽솥에 불을 땠고, 소에게 풀 뜯게 하러 다녔다.

 

지금은 개가 반려동물로 하나의 가족과 같은 대접 받기도 하지만 예전 시골에는 어림도 없었다. 예전 개는 단지 집을 지키는 동물이며, 작은 가축으로 소에 비하여 하찮은 존재였다. 반면 소는 논밭을 갈고, 짐을 운반하며, 소똥은 걸음으로 농토를 기름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큰 재산이었다. 암소가 송아지를 낳아 어미 소가 되면 큰 재산을 가져다 줬다. 그 때는 소는 엄청 소중한 존재였다.

 

소는 개와 같이 주인에 아양떨며 복종하지 않는다. 개는 주인에 따라 복종도 주인의 대우에 비례하지만 소는 그렇게 가볍게 움직이지 않는다. 소는 누가 좀 잘 해주고 못해 주고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누구나 순한 마음으로 대한다. 소의 행동은 산과 같이 무겁고 바다와 같이 깊다. 

 

소는 다 알고 있으나 말이 없을 뿐이다. 발길질이나 뿔로 받기를 잘 하면서도 원만해서는 주인에게 대들지 않는다. 소가 도살장에 팔려 가면 귀신 같이 알고 눈물을 흘린다. 소도 개성이 있다. 뿔에 그 성격이 들어 있다. 뿔이 곧고 뾰쪽하면 날카롭고 구부러져 있으면 느긋하다.

 

쟁기가 땅속 들어가며 멍에로부터 쇠줄이 팽팽하게 땅겨지고 쟁기 보습 위로 흙은 넘어가고 뚜벅 뚜벅 걸어 갈뿐이다. 주인이 "이랴! 어여!" 소리에 따라 말없이 서고 갈 뿐이다. 그 인내란 어느 동물도 따를 수 없다. 요령은 없고 주인의 지시에 따를 뿐이다. 수고 많았다고 해서 많은 요구도 하지 않는다. 그저 여물 몇 바가지에 그 힘든 일을 해낸다.

 

사람들 중에도 소와 같이 요령 부림 없이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앞으로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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