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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가족 이야기

떼쓰는 손자 달래기

by 仲林堂 김용헌 2014. 3. 19.

 

  안아줘, 여기, 여기 하면서 싱크대로 가자고 한다. 한참을 창밖에 지나가는 자동차나 기차를 보더니 다리미질 용 작은 스프레이를 가리키며 달라고 한다. 안 돼! 안돼! 하지만 아! 하는 울음에 이네 승부는 끝이 나고 만다. 손잡이를 누르자 뿜어 나오는 물에 재미에 빠진다. 거실에 뿜는 것만 겨우 못하게 하고 싱크대에 뿌리라고 하고, 오랫동안 가지고 놀아 실증이 날 때까지 기다리고 만다. 언제까지 기다릴 수도 없어 이제 그만하자며 안고 거실로 오자 울면서 안 돼! 이거!, 이거! 하면서 계속하고 싶다고 한다리모콘 재 빨리 찾아 TV 채널에서 검색단추를 눌러 뽀로로를 키자 재훈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며 울음은 그친다. 이런 다툼으로 하루가 간다

   오랫동안 동요를 듣더니 이제는 부럭놀이를 한다재훈이는 불럭 판에 작은 불럭을 하나하나씩을 꼽는다할아버지도 해 보라고 하나 나는 몇 개만 하고 손자가 다 한다.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이마에 땀이 났다비록 고집은 세다보디 꺾기가 어려워 애 보기 힘들지만, 그런 고집이 있어 이렇게 해냐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플러스펜이 두 자루를 보자 하나는 훈이거, 하나는 하버지 거 하면서 종이 위에 긋는다. 하버지도 같이 하라면서 그리라고 한다. 그칠 줄 모르고 계속 선을 긋는다. 펜은 왼손으로 잡았다 오른손으로 잡았다 번갈아 하면서 무엇이 신기한지 재미있어 한다. 점심을 차례 놓았지만 하버지도 같이 하자면 점심도 못 먹게 한다. 집 사람이 식사가 다 끝나고 30여분 지났을 가? 그 때서 밥 먹으러 할아버지를 놓아 준다.

  할머니와 같이 식탁에서 식사를 하자 손자는 식탁으로 와 의자에 앉는다. 밥을 먹이는 것도 큰일이다. 밥은 잘 먹지 않고 반찬은 잘 먹는 편이다. 밥 먹이려면 친찬도 해주기도 하고, 부탁도 하면서 사정을 구해야 한다. 느긋한 마음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거부하는 것을 달래면서 먹인다. 오늘 점심도 겨우 김밥 몇 개 먹더니 거부한다.

  밥 먹고 나서 동요 방송을 켜 주면 금세 잠이 든다. 낮잠은 보통 1-2시간 잔다잠자는 사이에 다른 일일 보기도 어렵다. 보통은 낮잠 동안 깨지 않으나 때로는 깨면 거실로 나오며 안아 달라고 한다. 이 때가 하루 중에서 나만의 시간이다.

  낮잠을 자고 나면 한 동안은 잠이 덜 깨인 상태로 안아 주거나 TV를 본다그 후 놀이터 갈 가? 한다. 기저귀 갈아 주고 나서, 양말 신기고, 바지 입히고 잠바를 입히고 나서 신발 신기고 문을 나선다손자는 이 때 구두칼을 잡는다. 자기 신발에도 구두칼을 사용해 보라고 하면서 놓지 않는다뺏어 놓기 쉽지 않아 가지고 나가기도 한다. 다른 것에 환심을 사도록 해서 구두칼을 관심에 두지 않게 해야 한다.

  엘리베이터에서는 꼭 층 버튼을 누르려고 한다버튼 못 누르게 하는 것도 하나의 일거리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계단을 안고 내려가자 떼를 쓴다혼자서 걸어오려고 했는데 왜 안고 내려 가냐 항의이다돌아가 계단을 손잡고 걸어서 내려온다.  놀이터가 보이면 발걸음이 빨라진다

   놀이터에 도착하면 먼저 미끄럼틀 계단에 올라간다. 혼자서 올라가면 좋으련만 하버지도 같이 올라오라고 한다. 난간을 잡고 이리 저리 매달리기도 하고 계단을 다시 올랐다 내려 갔다한다. 처음 미끄럼 탈 때는 낮은 미끄럼틀만 타고 높은 회전형 미끄럼틀은 무서워 타지 못했으나 얼마 전 큰 형들과 같이 타더니 지금은 높은 미끄럼틀만 탄다. 아직도 무섭기는 한 듯 자주 타지는 못하나 이곳에 오면 3-4번은 탄다. 하버지도 같이 타라고 하면서 내가 먼저 타면 뒤따라 탄다. 미끄럼틀 타고 나서는 매번 모래밭을 달려 계단으로 가거나 모래를 나무가지로 찍어 보기도 한다. 시소를 같이 타자고 한다. 그네는 무서워 아직 타지 못하고 있다놀이터에서 오면 다른 어린이들이 있으면 좋아한다. 한번은 친구가 없네 하며 다른 애들이 없어 서운해 했다.

  우리 아파트에는 3개의 놀이터가 있다. 보통은 107동 앞 놀이터에 주로 가나 가끔은 102동 앞에 있는 놀이터에 간다. 이 놀이터 미끄럼틀은 미끄럼틀을 올라가는 용수철과 사다리가 있다. 꼭 위험하나 호기심 많은 재훈이는 이 용수철과 사다리를 하버지에게 도와 줘라고 하면서 탄다. 미끄럼틀 경사가 심하여 혼자서는 무서워 하버지에게 도와 줘라면서 내려온다. 미끄럼틀에 와서 놀지만 혼자서만 하는 것은 거의 없고 늘 감시하고 도와줘야 한다.

  집에 오면 옷 벗기고 손 씻는다. 저녁이 되면 똥을 싼다. 요즘은 더운 물이 나오는 수도가 있어 큰 어려움은 없지만 그래도 똥치우고 씻겨 주는 일은 큰일이다. 욕실로 되리고 들어가 기저귀를 벗기고 앉히고 샤워기를 미지근한 물이 나오게 튼 다음 한 손은 샤워기를 쥐고 궁둥이에 물을 뿌리고 한 손으로 똥을 씻겨 준다. 사타구니 사이는 잘 씻기지 않으므로 여러 차례 씻어 준다기저귀 똥을 변기에 떨어뜨리고 기저귀는 다시 싸고 말아 쓰레기통에 넣는다. 똥을 치우면서 내가 어렸을 때 나의 어머니와 할머니는 어떻게 똥을 치었을 가? 일회용 기저귀도 없었을 테고, 수도도 없었을 텐데 똥 걸레는 어떻게 빨았을 가? 생각해 본다.

  재훈이가 잠에서 깬다. 더 이상 쓰기는 할 수 없다. 이만 빨리 컴퓨터를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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