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풀
장마 비에 며칠 잠겨 있으며 급류에도
한삼덩굴의 뭉개버리는 폭력에도
가뭄 잘 타는 모래땅에서 죽게 목이 탔어도
그 모든 어려움에 이골이 난 풀
어렵사리 산고 후 밀어 낸 이삭에
모래알 같이 작은 씨알이 박히고
강하고 긴 수염이 의젓하게 달렸다.
황금빛으로 치장까지 하니 누렁 강아지꼬리
씨알은 남들에 보이지 않도록 더 작게
털은 남들에 억세게 보이도록 더 강하고 길게
껍질은 남들에 씹히지 않도록 더 단단해졌다.
화석으로 남을 조의 할아버지 지금까지
봄여름에는 있는 둥 없는 둥 했지만
가을이 되자 여기 저기 고개를 내민다.
작다고 해야 무릎 아래고 크다고 해야 배꼽아래다.
서호 천변에 이슬을 머금고 햇살에 반짝인다.
2013.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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