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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해석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와 김창숙(金昌淑)의 반귀거래사(反歸去來辭)

by 仲林堂 김용헌 2023. 3. 5.

오류 도연명(365-427)

도연명은 이백, 두보와 함께 3대 시선(詩仙)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도연명이이 벼슬을 버리고 고향에 돌아와 욕심을 버리고 자연과 더불어 삶을 읊은 시가 귀거래사이다. 이 시를 보고 심산 김창숙 선생은 반귀거래사를 지었다. 심산은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였고, 해방 후에는 남북통일에 애썼으며 이승만 독재정권에 항거했다. 그가 평생동안 일제와 이승만 독재정권에 싸웠으나 뜻을 이룰 수 없었었음을 한탄하면서 죽음이 멀지 않음을 앞두고 살아온 회한을 읊은 시가 바로 "반귀거래사(귀거래사를 돌이켜 본다)"이다. 

 

도연명(陶淵明)

歸去來辭 귀거래사

歸去來兮 (귀거래혜)

자, 돌아가자.

田園將蕪胡不歸 (전원장무호불귀)

고향 전원이 황폐해지려 하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

旣自以心爲形役 (기자이심위형역)

지금까지는 고귀한 정신을 육신의 노예로 만들어 버렸다.

奚惆悵而獨悲 (해추창이독비)

어찌 슬퍼하여 서러워만 할 것인가.

悟已往之不諫 (오이왕지불간)

이미 지난 일은 탓해야 소용 없음을 깨달았다.

知來者之可追 (지래자지가추)

앞으로 바른 길을 쫓는 것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다.

實迷塗其未遠 (실미도기미원)

내가 인생길을 잘못 들어 헤맨 것은 사실이나, 아직은 그리 멀지 않았다.

覺今是而昨非 (각금시이작비)

이제는 깨달아 바른 길을 찾았고,지난날의 벼슬살이가 그릇된 것이었음을 알았다.

舟遙遙以輕颺 (주요요이경양)

배는 흔들흔들 가볍게 흔들리고

風飄飄而吹衣 (풍표표이취의)

바람은 한들한들 옷깃을 스쳐가네,

問征夫以前路 (문정부이전로)

길손에게 고향이 예서 얼마나 머냐 물어 보며,

恨晨光之熹微 (한신광지희미)

새벽빛이 희미한 것을 한스러워한다.

乃瞻衡宇 (내첨형우)

마침내 저 멀리 우리 집대문과 처마가 보이자

載欣載奔 (재흔재분)

기쁜 마음에 급히 뛰어갔다.

僮僕歡迎 (동복환영)

머슴아이 길에 나와 나를 반기고

稚子候門 (치자후문)

어린 것들이 대문에서손 흔들어 나를 맞는다.

三徑就荒 (삼경취황)

뜰 안의 세 갈래 작은 길에는 잡초가 무성하지만,

松菊猶存 (송국유존)

소나무와 국화는 아직도 꿋꿋하다.

携幼入室 (휴유입실)

어린 놈 손 잡고 방에 들어오니,

有酒盈樽 (유주영준)

언제 빚었는지 항아리엔향기로운 술이 가득,

引壺觴以自酌 (인호상이자작)

술단지 끌어당겨 나 스스로 잔에 따라 마시며,

眄庭柯以怡顔 (면정가이이안)

뜰의 나뭇가지 바라보며웃음 짓는다.

倚南窓以寄傲 (의남창이기오)

남쪽 창가에 기대어 마냥 의기 양양해하니,

審容膝之易安 (심용슬지이안)

무릎 하나 들일 만한 작은 집이지만 이 얼마나 편한가.

園日涉以成趣 (원일섭이성취)

날마다 동산을 거닐며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본다.

門雖設而常關 (문수설이상관)

문이야 달아 놓았지만 찾아오는 이 없어 항상 닫혀 있다.

策扶老以流憩 (책부노이류게)

지팡이에 늙은 몸 의지하며 발길 멎는 대로 쉬다가,

時矯首而遐觀 (시교수이하관)

때때로 머리 들어 먼 하늘을 바라본다.

雲無心以出岫 (운무심이출수)

구름은 무심히 산골짜기를 돌아 나오고,

鳥倦飛而知還 (조권비이지환)

날기에 지친 새들은 둥지로 돌아올 줄 안다.

影翳翳以將入 (영예예이장입)

저녁빛이 어두워지며 서산에 해가 지려 하는데,

撫孤松而盤桓 (무고송이반환)

나는 외로운 소나무를 어루만지며 서성이고 있다.

請息交以絶遊 (청식교이절유)

세상과 사귀지 않고 속세와 단절된 생활을 하겠다.

世與我而相違 (세여아이상위)

세상과 나는 서로 인연을 끊었으니,

復駕言兮焉求 (복가언혜언구)

다시 벼슬길에 올라 무엇을 구할 것이 있겠는가.

悅親戚之情話 (열친척지정화)

친척들과 정담을 나누며 즐거워하고,

樂琴書以消憂 (낙금서이소우)

거문고를 타고 책을 읽으며 시름을 달래련다.

農人告余以春及 (농인고여이춘급)

농부가 내게 찾아와 봄이 왔다고 일러 주니,

將有事於西疇 (장유사어서주)

앞으로는 서쪽 밭에 나가 밭을 갈련다.

或命巾車 (혹명건차)

혹은 장식한 수레를 부르고,

或棹孤舟 (혹도고주)

혹은 한 척의 배를 저어

旣窈窕以尋壑 (기요조이심학)

깊은 골짜기의 시냇물을 찾아가고

亦崎嶇而經丘 (역기구이경구)

험한 산을 넘어 언덕을 지나가리라.

木欣欣以向榮 (목흔흔이향영)

나무들은 즐거운 듯 생기있게 자라고,

泉涓涓而始流 (천연연이시류)

샘물은 졸졸 솟아 흐른다.

善萬物之得時 (선만물지득시)

만물이 때를 얻어 즐거워하는 것을 부러워하며,

感吾生之行休 (감오생지행휴)

나의 생이 머지 않았음을 느낀다.

已矣乎 (이의호)

아,인제 모든 것이 끝이로다!

寓形宇內復幾時 (우형우내복기시)

이 몸이 세상에 남아 있을 날이 그 얼마이리.

曷不委心任去留 (갈불위심임거류)

어찌 마음을 대자연의 섭리에 맡기지 않으며.

胡爲乎遑遑欲何之 (호위호황황욕하지)

이제 새삼 초조하고 황망스런 마음으로 무엇을 욕심낼 것인가

富貴非吾願 (부귀비오원)

돈도 지위도 바라지 않고,

帝鄕不可期 (제향불가기)

죽어 신선이 사는 나라에 태어날 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懷良辰以孤往 (회양진이고왕)

좋은 때라 생각되면 혼자 거닐고,

或植杖而耘 (혹식장이운자)

때로는 지팡이 세워 놓고 김을 매기도 한다.

登東皐以舒嘯 (등동고이서소)

동쪽 언덕에 올라 조용히 읊조리고,

臨淸流而賦詩 (임청류이부시)

맑은 시냇가에서 시를 짓는다.

聊乘化以歸盡 (요승화이귀진)

잠시 조화의 수레를 탔다가 이 생명 다하는 대로 돌아가니,

樂夫天命復奚疑 (낙부천명복해의)

주어진 천명을 즐길 뿐 무엇을 의심하고 망설이랴.

심산 김창숙 선생(1879-10962)

 

위대한 독립운동가 김창숙선생 반귀거래사反歸去來辭

 

         돌아갈꺼나! 歸去來兮

         전원이 이미 황폐하니, 어디로 돌아가리? 田園已蕪將安歸

         조국의 광복에 몸을 바치매 余旣獻身兮光復役

         뼈가 가루된들 슬플까마는 縱粉骨而奚悲

         모친상 당하고도 모른 이 몸은 有母喪而不知

         되돌리지 못하는 불효에 울뿐! 痛不孝之莫追

         이역만리 갖은 풍상 다 겪으면서 飽風霜於異域

         나날이 그르쳐가는 대업 탄식하다가 嗟志業之日非

         문득 크나큰 모욕을 받아 身旋陷於大僇

         죄수의 붉은 옷 몸에 걸쳐도 穿虜犴之赤衣

         고생을 달게 받아 후회는 없고 忍苦辣而不悔

         행여 도심道心 쇠해질까 걱정했노라 懼道心之或微

         눈앞에 고향을 바로 두고도 鄕山在望

         쇠사슬에 묶기어 가지 못 했네 繫械莫奔

         앉은뱅이 되어서야 옥문 나서니 癈疾而躄, 始出牢門

         쑥밭된 집안에는 남은 것 없고 室廬蕩殘, 舊物無存

         농사 아니 지으니 무엇 먹으며 不農奚餐

         빚을 수도 없으니 그 무슨 술 마시리 不釀奚酒

         친척들도 모두들 굶주려 하니 親戚亦其窮餓,

         솟구치는 눈물이 얼굴을 가리네 釀危涕而被顏

         아내도 집도 없어진 지금 旣靡室而靡家

         어느 겨를 일신의 안정 꾀하리 寧遑謀於奠安

         음험하기 짝 없는 사람들 있어 紛鬼蜮之恠物

         내 고향의 날뜀을 봐야 했어라 任跳梁於鄕關

         삼팔선이 나라의 허리를 끊고 哀三八之斷腰

         그 더욱 슬픈 것은 동족의 무덤 最傷心於京觀

         모략 받아 죽은 이들 너무나 안타까와 歎明夷之入地

         하늘 우러러 하소연한들 그 누구 돌아오리 仰皓天而不還

         아! 거의 다 죽어가는 병든 이몸엔 噫垂死之病夫

         아무리 둘러봐도 어정댈 한 치 땅도 없도다 顧無所於盤桓

 

         돌아갈꺼나! 歸去來兮

         돌아가 세상과의 연을 끊으리 從此息交而絕遊

         세상 우습게 알아 감은 아니어도 非傲世而長往

         부귀영화 내 뜻이 아님이어라 寔榮貴之無求

         그러나 늙고도 창창한 마음 髮雖短而心長

         나라 일만 걱정되고 안타까웁고 惟天下之是憂

         노복을 불러 봐도 안 나타나니 呼長鬚而不見

         서쪽 밭에 밭갈 일 누구와 상의하리 孰問耕於西疇

         물결에 몰아치는 바람 사나워 湖海颶急

         외로운 배 노마저 꺾이었나니 棹折孤舟

         저기 저 치솟은 건 무슨 산이뇨 直峻何山

         머리 두고 내가 죽을 고향 쪽 언덕 是吾首邱

         고향 쪽 바라보며 차마 못가니 望岡臺而迍邅

        세월은 물같이 빨리 흐르고 歲華忽其如流

        안타까와 맑은 샘물 손에 떠들고 목 늘려 어정이느니

                                                       挹晴川而延竚

         늘그막에 편히 좀 쉬었으면 싶어도 庶嚮晦而宴休

         비웃고 조롱하는 나쁜 무리들 奈捓揄之惡倀

         나로 하여 고향에 머물게도 하지 않아 不俾我而淹留

         그 어찌 마음 조여 갈 곳 몰라 함이리 胡爲乎跼蹐迷所之

         남북을 몰아치는 흑풍 사나워 南北黑風惡

         화평을 이룩할 기약 없으니 和平未易期

         저기 저 사이비 정인군자를 彼叢莠之亂苗

         죽는 대로 이 땅에서 쓸어버리리 竭蹶而耘耔矢

         길에서 죽기로니 무슨 한이리 死道路兮亦何恨

         가만히 외어보는 위후의 억시 誦衛候之抑詩

         해처럼 밝디 밝은 나의 마음은 皦白日之此心

         귀신에게 물어봐도 떳떳하도다 質諸鬼神可無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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